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한양직 교도/중흥교당
그때가 원기4년이었다. 지금부터 97년 전 소태산 대종사가 말씀했다. "지금 물질 문명은 그 세력이 날로 융성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은 날로 쇠약하여…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지어다."

그랬다. 우리 선진 종사들은 창생을 구제할 책임을 통감하며 생사를 초월한 지극한 정성으로 혈인기도를 감행했다. 사무여한 무아봉공이 어찌 쉬운 일인가!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할지라도 오직 오늘의 이 마음을 변하지 말고… 공부와 사업에 오로지 힘쓰라.'

그랬다. 우리는 구인선진들의 발끝이라도 따라 나서고자 했다. 지금부터 10년 전 원기91년 4월27일 우리는 원불교 100년 성업이라는 중요한 시점을 앞두고 대정진 10년 기도를 결제한 것이다. 어찌 다행 이 도문 만난 기쁨 속에서 양지기(자칭)도 광주전남 청운회와 인연됐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이근수 회장을 비롯한 추진 주체의 지극한 정성으로 땀과 고난과 기쁨과 환희가 겹쳐지는 가운데 4개 단체와 성업회는 물론 국내외 전교도가 힘을 다하여 원기101년 4월27일 해제식을 이루었다. 4월28일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하여 5월1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5만 여명의 교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100주년 기념대회를 갖는 등 원불교 1세기 100년을 의미 있게 매듭짓기 위한 크고 작은 일들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이제 원불교 2세기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 딛고 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주변을 정돈한 뒤 심고를 올린다. 교법을 일상에서 실천해보자고 다짐한 청운 실천단에서는 새벽 5시가 공동생활의 규칙이지만 양지기는 이 규칙을 실천하다가 허물어지기 일쑤여서 3개월에 한 번씩 모이는 올곧은 실천단모임에서 다시 정신을 다잡는 형편이었다. 그렇지만 아침 기도는 달랐다.

어쩌다 5분 10분 때로는 일요일이면 한 시간 정도의 좌선을 간헐적으로 해 올 뿐이었던 양지기에게 총부나 훈련기관에서 참가하는 아침수양 시간 외에는 아침 기도시간을 일상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실천단 모임에서 맞게 되는 일상의 아침기도는 어김없었다. 누가 시키는 사람도 없었지만 아침기도는 차질 없이 진행된다. 심고 후 아침 좌선은 30분 동안 진행되고 의두는 5분 연마한다.

덕택에 아침기도 시간은 양지기에게 습관을 길들이는 기회가 되었다. 일상수행의 요법 암송을 하면서 삼학 팔조 사은 사요 교법의 핵심이 일상에서 수행되어야 함을 다짐하는 공부를 한다. 이 하루 이 하루가 쌓여서 일생이라 했는데 '공부 따로 일 따로'라면 어느 세월에 마음공부를 하겠는가! 수행은 오늘 일상에서 하는 것임을 다짐하고 다짐한다. 영주를 암송한다. '천지영기 아심정…아여천지 동심정', 우주 만물과 함께하는 기운이 이 마음속에 자리함을 염하며 그 마음으로 경계와 함께할 것임을 송한다.

이제 본격적인 원불교 100년성업 대정진 기원문을 독송한다. 어찌 100년의 일일 뿐이랴!

기도를 통해 양지기는 오늘을 산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소년원 학생들의 고졸검정고시 영어과 지도, 화요일 밤엔 교당의 도반들과 경전공부, 월요일 금요일엔 손녀딸과 영어회화, 금요일 아침엔 중흥교당밴드를 통한 도반들과 정전 탐구, 일요일 오전에는 교당법회 참여, 오후에는 소년원 법회운영, 때때로 교구 상임위원회, 교의회, 교구교화기획위원회, 영산성지학원 이사회, 그 사이 시간이 허락하면 봉사활동의 기회를 얻는다. 교단 2세기를 맞이하며 늘 새로운 전환점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양지기가 지니고 있는 요사이의 의두이다.

청운회와 실천단원 도반님들에게서 배운 기도정신은 출발점 행동고르기의 기반이 되었다. 이제는 그 정신으로 일을 하는 것이 양지기에게 맡겨진 소임이라 본다. 마음공부는 지금 늘 하고 있는 중이므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보자! 그 정신으로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있게 가르침을 준 소태산 대종사님과 교무님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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