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교도/여의도교당
욕속부달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빨리 하고자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논어〉 자로편 공자의 말씀이다. 일은 빨리 처리하는 것도 좋지만 정확하고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에 쫓겨 일을 성급히 처리하거나, 잘 보이기 위하여 빠른 속도로 일의 성과를 내려 하면 일도 그르치고 문제가 생겨 수습하기도 힘들어진다.

나라의 대형사업 가운데 빨리 빨리 해서 제대로 이루어진 것을 보지 못했다. 4대강 사업도 그렇고 이번 성주의 사드 배치도 그렇다. 주민 설득이나 이해의 노력을 먼저 해야 되는데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덜컥 결정해 놓고 온 나라를 소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해놓고 사드를 반대하면 또 공적으로 보려는 경향도 보인다. 오죽하면 외국 유명 관광지에서 한국 사람만 보면 '빨리빨리'를 외친다고 한다.

한 일본 유학생이 외국인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이야기를 써놓은 것이 있다. 한 번 알아볼까?

"한국 사람이 급하고 빠르다는 것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상식이 됐다. 밥도 빨리빨리, 일도 빨리빨리, 운전도 빨리빨리, 경제성장도 빨리빨리, 모든 것들이 빨리빨리,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처음 듣고 배우는 말도 역시 '빨리빨리' 이다.

나는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를 좋아해서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근데 한국 사람들은 '빨리 빨리 문화'가 아니고 '빨리빨리 병'이라고 나에게 배우면 안 된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내가 오히려 한국 사람을 설득하기도 한다.

이런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에 좋은 점도 있고, 분명 나쁜 점도 있지만, 이 문화가 단기간 오늘과 같은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은 외국인인 내가 봐도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빨리빨리 덕분으로 때때로 한국 사람들의 귀여운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보통 식사 후에 자판기커피를 뽑아서 마시는데 이때 한국 사람이 자주 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커피 나오는 구멍에 손 넣기' 아니면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커피 나오는 구멍 쳐다보면서 손 넣기'등이다.

술 먹는 것도 빨리빨리, 빨리 먹고 빨리 취하기, 폭탄주 돌림 빵, 한국에 교환교수로 온 외국인 양반, 1년 치 먹을 술을 가지고 와서 외로운 밤을 달래곤 했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이 밤에 놀러 와서 그가 가져온 1년 치 분량의 술을 하루저녁에 모조리 해치워 버렸다.

식사 시간은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마지막 사람 숟가락 놓자마자 모두 일어선다.

황당! 대학교 1학년 때였다. 한국인 친구와 처음으로 하는 식사였다. 이 친구 난 아직 식사중인데 일어나서 기다리고 서 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무슨 야만인 바라보는 듯하다. 민망!

외국인이 뽑은 한국인의 '빨리 빨리' BEST 10이 있다.
10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신 후에 계산한다.
9위, 3초 이상 열리지 않는 웹사이트는 닫아버린다.
8위, 볼일 보는 동시에 양치질을 한다.
7위, 영화관에서 스크롤이 올라가기 전에 나간다.
6위, 3분 컵라면이 익기 전에 뚜껑 열어 먹는다.
5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닫힘' 버튼을 누른다.
4위, 삼겹살이 다 익기 전에 먹는다.
3위,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지퍼를 내린다.
2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와 추격전을 벌인다.
1위, 자판기 커피 컵이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린다."

욕속부달이라! 빨리하고자 하면 제대로 일을 완수할 수 없다. 공자는 당시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모든 일을 빨리 하여 성과를 내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백성들에게 부담이 되고 훗날 문제점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경고했다.

국가가 하는 사업은 규모도 크고 그 결과에 따라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오로지 빨리빨리 하여 성과를 자랑하기 보다는 백년계획을 세워 정확하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한 공직자와 위정자들의 자세이다.

욕속은 빨리 하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얼른 성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조금은 더디더라도 서서히 한 가지씩 올바르게 고쳐 나가야만 비로소 바라는 성과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리나라 말에는 유난히 '빠름'을 강조하는 부사, 수식어가 많다. 빨리빨리, 금방, 즉각, 어서, 곧 등등이다. 그런 말들이 조급증 가진 국민을 만든 건지 모른다.

이제 사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서두르지 말고 성주 군민들이 걱정하는 문제를 하나하나 '배치지역' '전자파영향' '발전시설 소음문제' '수질오염'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 등을 솔직하게 털어 놓고, 해당 주민들이 납득 할 때 까지 설득하는 것이다. 그냥 추상적이고 일반적이거나 막연한 설득이 아니다.

지금 북한이 장거리 유도탄을 발사한다고 하나 당장 우리나라에 발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면 즉각 궤멸 당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아무 말 없다가 벼락처럼 조급증을 일으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

'욕속'으로는 이룰 수 없다. 공부도 마찬 가지다. 큰 도에 발원한 사람은 짧은 세월에 이루기를 바라면 안된다. 잦은걸음으로는 먼 길을 가지 못하고, 조급한 마음으로는 큰 도를 이룰 수 없다. 이 이치를 알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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