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무더운 날씨로 인해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과는 달리 풀 섶은 더위속에서 온갖 식물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 대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기운을 맘 껏 뽑아 땅 위로 한 세상을 펼친다. 그러나 그 도가 넘쳐 교당 주변까지 넘어와 나를 귀찮게 하고 있다.

이 뜨거운 날씨에 나는 예초기를 들고 교당 주변으로 넘어온 풀들을 거침없이 정리 했다. 그러나 작업을 하던 중 모양새가 노란색 나일론 줄 같은 풀이 자꾸 날에 엉켜 작업을 방해해 힘들었다. 이 짜증스런 풀은 대체 무슨 풀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새삼'이란 풀이라고 한다. 매 꽃과의 한해살이풀로 땅에서 태어났지만 곧 뿌리를 끊어 내고 잎도 없이 다른 식물의 줄기를 감고 기생해 살아간다. 다른 잡풀들과 달리 뜯어내도 끊어내도 그 줄기 자체가 다시 다른 식물을 감고 살아간다. 이 풀을 없앨 방법은 기생할 식물이 없는 곳에 말리는 수밖에 없단다.

이 '새삼'이란 풀은 근본 없이 남의 살을 뜯어먹고 살며 잘 죽지도 않는 얄미운 놈이다. 대지에서 싹을 틔워 태어났지만 그 근본을 버리고 남의 살을 뜯어 먹기로 작정했다. 뿌리를 스스로 없애고 줄기를 옮겨 다니며 남의 피를 빨아 살을 찌우고 꽃을 피워 자손을 만든다. 이 뜨거운 날씨에 예초기를 들고 작업하는 나를 방해하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거슬리는데 이 풀을 자세히 알고 나니 더 짜증이 났다. 그러고 보면 요즘 새삼스레 우리사회에 '새삼'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진다.

세월호 참사 후 드러난 우리사회의 민낯에는 남의 노력을 빼앗아 먹는 수많은 '새삼'같은 자들이 있다.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들을 많이 보여줬다. 국민들은 그들을 비판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들이 잘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리 쉽게 해결되지는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원불교 교단 초창기에도 방언공사가 한창 진행될 때 관계 당국에 자주 출입하여 토지 소유권 문제를 제기하는 '새삼'같은 사람이 있었다. 이에 단원들은 크게 걱정하며 그를 깊이 미워하니 소태산 대종사 단원들에게 "공사 중에 이러한 분쟁이 생긴 것은 하늘이 우리의 정성을 시험하심인 듯하니 그대들은 조금도 이에 끌리지 말고 또는 저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지도 말라.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이치의 당연함인데 혹 우리의 노력한 바가 저 사람의 소유로 된다 할지라도 우리에 있어서는 양심에 부끄러울 바가 없으며, 또는 우리의 본의가 항상 공중을 위하여 활동하기로 한 바인데 비록 처음 계획과 같이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나 그 사람도 또한 중인 가운데 한 사람은 되는 것이며, 이 빈궁한 해변 주민들에게 상당한 논이 생기게 되었으니 또한 대중에게 이익을 주는 일도 되지 않는가. 이 때에 있어서 그대들은 자타의 관념을 초월하고 오직 공중을 위하는 본의로만 부지런히 힘쓴다면 일은 자연 바른 대로 해결되리라"고 말씀했다.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타의 관념을 초월해 공중을 위하여 일한다면 '새삼'같은 사람들이 발붙일 틈이 없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상생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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