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벤쿠버교당
인생을 자기 뜻대로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무슨 차이일까요? 인과를 믿는 사람으로서 그 답은 단순하죠. 그렇게 살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을 그렇게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타날 뿐 인 거죠. 옆에서 보면 너무 단순명료한 사실을 본인만 모릅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언젠가 마음에 품었던 일들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 "제발 좀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하거나, 학교 가기 싫은 학생이 "아파서 학교를 못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그러다가 갑자기 실직을 당하기도 하고, 소풍가는 날 아파서 소풍을 못 가게 됩니다.

간절히 바랐던 일이었지만, 막상 그 일이 닥치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당황스러워하고 억울해하죠. 원치 않는 방법으로, 원치 않는 시기에 일어났으니 그렇지, 지나놓고 생각하면 원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바로 마음의 힘이죠. 그렇게 위력있는 마음을 우리는 너무 함부로 쓰고, 돌아보지 않으며, 제대로 된 관리를 못합니다. 그래서 원불교 인들은 마음을 사용한 내역을 기록으로 남기죠. '상시일기'라고 합니다. '당일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기재시키는 것'이죠.

사람이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악막작(諸惡莫作, 모든 나쁜 행실을 멈추기), 중선봉행(衆善奉行, 많은 선을 받들어 행하기), 자정기의(自淨其意, 스스로 그 마음을 맑히고 밝히기)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진리나 하늘이 알기 전에 스스로 마음공부 정도와 죄복을 기록하며 결산해보는 것이죠.

유무념 처리란 '그 날 그 날 하자는 조목과 말자는 조목에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은 유념이라 하고, 취사하는 주의심이 없이 한 것은 무념이라고 해서 유념한 번수와 무념한 번수를 기재'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자'는 조목을 정해 놓았다면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을때 유념이고, 건성건성 들으며 자기 할 말만 생각했다면 무념이죠. 그렇게 유념과 무념의 번수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학습상황은 선악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는 지혜를 밝히기 위한 염불, 좌선, 경전, 의두, 성리, 법회, 훈련 등에 대한 학습시간과 참석 여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고, 계문은 공부인의 수행정도에 따라 '하지 말아야 할 조항'으로 주어지는 30 계문 준수 여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루 동안 스스로 얼마나 공부를 했고,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을 얼마나 실행하며 살았나를 기록하며 점검을 하게 되면 마음공부가 마음에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삶의 태도 변화라는 형태로 진전되죠. 막상 기록을 해보면, 실제 공부하는 정도가 한 눈에 들어와서 분발심도 나고 지속적으로 챙길 수 있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상시일기가 마음공부를 강화하는데 아주 훌륭한 수행법이네요. 한 조목이라도 목표를 세우고 상시일기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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