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기독교, 세계종교 성장에 학자들 역할 커
원불교, 보편적 종교되기 위해 학술적 연구필요
전세계 학자들 학술활동에 교단적 지원 시급해

▲ 교단은 세계적 석학들과 잦은 교류를 하며 이들이 교법과 관련된 논문을 연구·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단은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원만히 마치고, 이제 새롭게 '사오십년 결실'을 완전히 지나, '사오백년 결복'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현 교정원에서도 원불교 2세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올해 전무출신훈련에서 경산종법사는 '초심(初心) 법문과 교단 창립 정신'을 강조하면서, 원불교 2세기에 교단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천단한 식견이지만, 조금이나마 일원세계건설과 주세교단건설을 위한 지혜를 보탠다는 용기로 아이디어 차원에서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세계적 학술 연구의 필요성

본인은 상당한 기간 동안, 정산종사의 "신앙 불교, 학자 불교, 실행 불교를 다 갖춘 불법이 참 불법이니라"는 말씀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대종사는 세상 학문을 다분히 외학(外學)으로 경계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다분히 전무출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수신의 요법'에서는 분명히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하라고 했다.

또한 '학문 활동이 오히려 순수한 종교 정신을 훼손시키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원불교가 보편적 종교가 되기 위해서는 학술적인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순수하고 고준한 교법이라고 해도, 보편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학문의 세계에서 인정되지 않으면, 그것은 국지적이요 다분히 미신적·맹목적 신앙에 그칠 위험성이 있을 것이다. 불교나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로 발돋움하는 데에도 위대한 학자적 성자들의 역할이 지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간혹 이웃종교의 경전을 볼 때 교리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어 아쉬움이 상당히 컸는데, 우리의 교서는 이미 상당히 논리정연하게 짜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논리정연한 교리를 학술적으로 연구해 널리 알리는 것이기에 회상의 운이 더 빠른 것이라 유추해본다.

대산종사는 "앞으로는 동서양의 학자들이 자기 학문이나 철학이나 원리나 이론을 내세울 때 일원 대도 일원 철학에 입각하여 주장하게 되리라. 이처럼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천하대세에 따라 일원 대도가 드러나게 되면 교화하기가 아주 쉬울 것이니 우리는 그런 학자들을 우리의 사도로 알고 격려하고 감사하자"고 법문했다.

정산종사는 "결복이라 함은 그 법종자가 세계에 널리 전파되어 온 세상에 고루 복과(福果)를 맺게 될 것을 의미함이니…사 오백 년대 안에 온 세계에 편만하여 일체 생령의 한 가지 귀의하는 바가 되리라"고 했다. 교단적으로 사오백년 결복을 위해서는 이제 3백년 내지 4백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러한 시간 안에 전 세계에 일원의 교법을 널리 펼치기 위해서는, 학술적인 역할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학술연구에 대해서는 '교단 3대 3회 설계'에서도 그 핵심 과제 중 하나로써 '원불교학의 세계화'로 잘 나타나 있으며, 세부 내용으로 "원불교학의 체계를 확립하고 세계적 학술활동 참여를 통해 원불교 사상의 보편화, 세계화를 도모한다"고 개요에서 밝히고 있다.

최희공 원무는 원기98년 '원불교 해외교화 정책 세미나'에서, "원불교가 주세 교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 불교나 기독교가 행해온 바와 같이 문명국 최상부 계층을 교화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세계 최고의 문명은 미국이므로 미국의 상층부(학문, 경제, 정치, 문화 등)를 교화하여 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정원 교도는 얼마 전 '교역자 인력수급에 대한 진단과 대안 모색' 세미나에서 "원불교학은 '토착화(정체성)', '다변화(학제성)', '세계화(세계성)'로 요약되는 종합 체계적 접근을 통해 현장 교화는 물론 한국 사회와 세계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할 시대적 책무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도 기초 교학 수준에 머물고 있는 원불교학이 원기2세기에는 한 차원 더 진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기96년 은덕문화원에서 열린 '원불교 100년기념 2011년도 학술세미나'에서 김방룡 교수는 "원불교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원불교학의 교학과 그 바탕이 되는 불교학과 신종교학 그리고 종교학 등의 교차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그러한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뇌가 교단 내에 보이지 않는다. 불교학과 종교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 일류의 학문적 바탕에 입각한 원불교 해석학이 없이 세계교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세계교화에 앞서 원불교 교무들만 아는 원불교학 정립을 넘어서 세계적 수준의 원불교 해석학이 나올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여 훌륭한 석학들을 초빙하고, 연구소를 지원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만 한다"고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절대 우리 선진 교수들의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면에서는 수긍할 부분도 있다고 본다. 우리는 혹시 우리끼리만 좋다고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학술 교류를 통해서 외부 학자들이 계속 우리 교법의 우수성을 말하고 인정해야 한다.

또한 경제, 예술, 학술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 교법을 실천하고 연구함으로써 성공한 기업가, 예술가 등이 나타나야 하고, 모든 학술 분야, 즉 기술 부분과 모든 사회 과학 부분에 있어서도 원불교 교법으로 새롭게 해석해 내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대종사가 앞으로 견성한 학자들이 나와서 당신의 교법을 증명할 것이라고 예측한 데에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본인의 제안은 우리의 순수 본연인 신앙 불교, 실천 불교를 중시하는 가운데, 학자 불교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교단에는 수많은 대학자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대가 과거와 다르므로, 우리 스스로가 학자적 역할을 하는 학자들과 교류하며 우수한 학자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분 한 분 교도들을 원불교 교법 정신으로 교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에 불교 바람이 분 것은 일본 학자인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의 단지 책 몇 권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을 볼 때, 학술 교화, 문서 교화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산토쉬 꾸말 굽타(한국학중앙연구원·인도) 학자가 사회 참여 불교개혁가로서 본 소태산과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에 대한 비교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모범적인 중국 내 원불교 학술 연구

중국 교화에 특별히 정성을 다한 항산 김인철 종사와 김성택 교무의 인연으로 원기91년 중문교전 출판기념대회를 겸하는 출판기념학술토론회가 북경대학에서 중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원불교가 혁신불교임을 천명했다.

그 외에도 김 교무의 인연으로, 중앙민족대학 김경진 교수가 원불교 관계 글을 17편을 발표해 중국 지식층에게 원불교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고, 북한 학자들과의 교류로 북한 내에서도 원불교가 학술적으로 상당히 알려졌으며, 다른 중국 학자들도 몇 분이 원불교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원광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수득한 중국불교협회 보정 스님은 중국에서 원불교 교서출판과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세계적 학자들의 원불교 연구 제안

그러나 현재 김 교무는 퇴임했고, 그 동안 인연 있던 중국 학자들도 많이 연로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이번 100년기념성업사업으로 출범한 '세계교화결복재단' 등의 운용을 통하여,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교단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렇게 인연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학자들이 친원불교적인 학술 활동을 이어가면서 원불교 관련 논문을 지속적으로 쓰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장학 제도 등을 통하여 제2, 제 3의 보정스님의 탄생을 위해 유학기반을 마련하는 등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런 학술 활동 지원이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교단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교립학교에서 학술 교류 연구 활성화

또한 교립학교에서 다양한 학술 활동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영산대에서 미국 현지에서 개최한 학술회의 등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립학교가 앞장서서 원불교학을 더욱 심화 연구하고, 재정적인 어려움도 불구, 다른 이웃 종교 및 세계적 학자들과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원불교를 직접 연구,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의무이자 책임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 이러한 제언을 계기로 더 많은 선지식인들에 의한 담론이 이어져, 더욱 좋은 원불교 결복 교운과 2세기를 위한 방향이 설정되기를 희망해 본다.
▲ 류정도 교무/교정원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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