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삼복(三伏) 더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복에서 말복까지 한달이 일년중 가장 더운 기간이다.

음기운이 일어나려다가 거센 양기운에 세 번 항복을 하는 것이 삼복이다. 새 회상의 법모이자 전무후무한 제법주인 정산 송규 종사는 삼복에 대해 "양이 극한 한 더위에 삼복이 있나니, 이는 음이 새로 일어나려다가 극성한 양에게 눌려 세 번 항복한다는 뜻이다"고 밝히고 있다. <정산종사 법어> 원리편 36장.

연일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에어컨의 냉기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러한 더위에도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산업과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은 일손을 멈출 줄 모른다. 더위와의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춘하추동 사시가 순환하는 우주의 원리와 질서가 참으로 정연하다. 춘종(春種) 하육(夏育) 추수(秋收) 동장(冬臧)의 차서가 엄연하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땀흘려 길러서, 가을에 수확을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를 하는 이치 말이다. 요즘같은 삼복 무더위는 천지가 하육의 사명을 다하는 계절이다. 오곡백과가 자라나고 영그는 때이다. 갖가지 과일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먹는 주식은 곡식이다. 곡식 가운데서도 으뜸은 단연 쌀이다. 쌀 소비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인류 최고의 양식은 쌀이다.

지금은 쌀을 만드는 벼농사 그러니까 나락이 한창 자라나는 중요한 때이다. 삼복 무더위에 논에서 나락이 하루가 다르게 튼실하게 크고 있다. 말복이 지나면 나락에서 이삭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처럼 나락이 제대로 자라서 이삭을 패려면 삼복의 무더위가 요청된다. 우리의 주식인 쌀농사를 생각한다면, 응당 삼복의 무더위에 감사해야 한다. 덥다고 날씨를 원망해서는 안된다. 더위도 추위도 다 천지에 곡절이 있기 때문이다.

주역에 보면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덕을 합하고, 일월과 더불어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차서를 합하고, 귀신과 더불어 길흉을 합한다고 되어 있다. 춘하추동,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시가 바뀌는 것이 참으로 질서가 완연한데, 대인 즉 불보살 성자들은 사시의 질서 정연한 순환처럼, 안이비설신의 육근 동작에 차서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불보살 성자들의 합리적이고 순리자연한 심법과 처사를 천지 대자연의 사시 순환과 견주고 있는 것이다.

삼복 무더위에 생각 없이 덥다고, 힘들다고 짜증을 내거나 불평할 일이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무더위에 한없이 고마워 해야 한다. 한겨울 맹추위를 생각한다면, 난방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이처럼 따뜻한 온기를 만끽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한 생각 깊이 생각하고, 감사심으로 돌린다면, 삼복 무더위가 얼마나 고마운 천지의 대조화인지 알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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