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만 교무/수산교당
교당에 오면 구십 도로 고개 숙여 반갑게 인사를 하고 환히 웃으시던 할머니 교도가 열반했다. 아들이 모 교당 교도라고 자랑하며, 꼭 이제부터는 교당에 온다고 했던 분이 76세로 열반에 들었다. 교당에 나오지 않아 연락을 하면 반갑게 전화를 받으며 병원에 입원했으니, 퇴원하면 교당에 나오겠다고 한 말은 사가 없게 들렸고 여러 번 반복됐다. 돌아가시기 전날 교도들이 가니, 산소마스크를 끼고 그렇게 편안해하며,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았다.

첫째, 교당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급하고 귀한 것이 생사공부를 하도록 해야 함을 느꼈다. 할머니가 몇 년 동안 법회에 참가하는 동안 세상의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을 준비시키지 못했다. 천도재 몇 번 참석한 것이 다였고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시키려고 했다. 그분의 법회 참석 한 번은 1년에 한 번 가는 사찰의 초파일 같은 귀한 시간일진대, 콩나물이론을 떠올리며, 길고 오랜 시간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다.

대종사께서 인과품 16장에서 "모든 사람에게 천만 가지 경전을 다 가르쳐주고 천만 가지 선을 다 장려하는 것이 급한 일이 아니라 먼저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 보응의 진리를 믿고 깨닫게 하여 주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되나니라"는 말씀을 떠 올리며 교도들에게 생사대사의 공부를 더 미루지 않고 하도록 할 것이다.

둘째, 교당에 10번 이상 나오면 마음공부의 표준이 서게 해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10번 이상이면 약 3달을 연달아 법회에 나오는 귀한 시간이다. 평생 어떤 친척집에 10번도 가지 못한다. 교당에 10번 이상 나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배움에 세 가지 근기가 있으니 하나는 생이지지요 하나는 학이지지요 하나는 곤이지지라는 말씀이 있다. 생이지지 어른은 들으면서 표준을 세우시고 학이지지 교도님들은 배워서 알 수 있는 분이라면 몇 번 만에 공부의 표준을 세울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한다.

곤이지지라면 노력하고 노력하여 표준을 세우게 하고 교무도 연원 교도들도 같이 노력하여 마음공부의 표준을 세워드렸어야 했다. "모든 학술을 공부하되 쓰는 데에 들어가서는 끊임이 있으나 마음 작용하는 공부를 하여 놓으면 일분 일각도 끊임이 없이 활용되나니 그러므로 마음 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되나니라."

마음공부의 표준도 세워주지 못하면서 근기에 맡기고 진리에 맡기고 교도에게 맡기고 교단에게 맡겼던 과거를 돌아보며 나의 노력이 부족하였음을 반성했다. 고 길광호 교무님이 말씀한 것처럼 이웃이 가난한 것은 법신불 사은이 주시지 않음이 아니라 내가 주지 않은 것이요, 내 교당 교도님들이 마음공부의 표준이 서지 않은 것은 내가 미뤄서 일수 있음을 돌아봤다.

"만일 우리의 이웃이 굶어죽는다면 그것은 법신불 사은님이 돕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과 내가 돕지 않아서입니다. 만일 우리의 이웃이 죄악에 시달린다면 그것은 법신불사은님이 가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과 내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 길광호 교무의 기도문 중에서)

셋째, 교당 의식과 법회활동 및 교화활동을 통해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의 신자로 인도하였는지 돌아봤다.

오늘 법회에 오는 분은 다시는 법회에 오지 못할 수 있다. 이번 생에 법회에 나오고 어떤 분은 영원히 법회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다. 숫자에 매이고 상황에 매몰되어 법회 때 진정한 길을 말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교단의 한 부분을 맡아서 진행하는 법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인지를 돌아본다. 독경 및 시간 , 설명기도, 법어봉독선택 및 시간, 교도의 근기에 맞는 까닭 있는 흐름을 갖는 설교, 문답강정, SNS활용을 포함한 교화·문화·봉사활동 등을 통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인도해야겠다.

앞의 세 가지를 돌아보며, 부족한 것은 나의 실력이지 우리의 법이 아니란 것을 자각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사대사 준비와 마음공부의 표준세우기를 교단 조직의 기능을 통해 목적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 4월3일 수산교당이 신축봉불식을 했다. 신축봉불식 날 장대비가 내렸는데에도 찾아와 기뻐해주고 힘 밀어 주신 모든 교도들께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기도식 때부터 마음 모아주고, 계속 동참하고 걱정과 조언해주신 모든 법동지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육도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님들을 도와주는 인연으로 함께 할 것이다. 힘이 있다면 힘을 보태고 힘이 없다면 손 잡아주고 말 들어주는 사람으로 은혜를 생각하며 협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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