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원 교무/육군사관학교 화랑대교당
육군사관학교는 매년 6월 말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 일반 대학과 다른 것은 사관학교는 6주간의 하기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모두 마치고서야 8월 한 달간 방학다운 방학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1천여 생도들의 구보 소리와 흐트러짐 없는 대열은 사관학교에 생명력을 불어넣지만 지금처럼 모두 하기군사훈련을 떠나 생도들이 없는 방학 기간은 적막이 감돈다.

각 종교시설도 마찬가지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육사 군종장교들은 각각 전국 훈련장을 찾아 다니며 생도들의 훈련을 격려하고 위문하지만 시설은 비교적 한가하고 여유롭다. 일종의 비수기인 셈인데, 군종장교들은 이 기간 동안 대개 교단이나 군종병과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바쁘다. 군종교무도 예외는 아니다.

회의와 교육으로 인해 교당을 비운지 보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오랜만에 학교 일일상황보고를 열람하는 가운데 '교당 외관 상태 불량'이라는 내용이 특이사항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 내용을 살펴보니 마찬가지였다. 매일 주요간부들에게 보고된 사항이지만 정작 교당의 책임자인 나는 며칠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교당 주변을 꼼꼼히 둘러보니 풀이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자란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며칠간 특이사항으로 보고한 교당에 대해 부대 차원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에 따른 조치를 상부에 건의했지만 올해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간단히 거절당했다. 그냥 이 일에 대해서는 그동안 도량을 살피지 않은 나의 탓으로 돌리고 홀로 제초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게 이틀 동안 제초 작업을 하니 그 모습을 본 누군가의 건의를 통해 사흘째부터 병력과 기계를 지원받았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교당 외관 상태 양호'라는 내용이 보고됐다.

일주일동안 도량과 심전(心田)에 가득했던 잡초를 뽑으며 소태산 대종사가 서울 교당을 친히 제초하며 말씀하신 법문이 떠올랐다. "도량과 심전을 다 같이 깨끗하게 하라" 덕분에 도량과 마음이 깨끗해진 사건이었다. 꼼꼼히 살피고 챙기는 공부, 하나하나의 정성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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