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1
어릴 적 뵌 검정치마 교무님
입사·입교로 원불교와 인연

▲ 최대규 원무/어양교당
나는 이리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 다들 그러했듯이 그 당시 학교를 걸어서 다녔다. 집은 제법 높은 곳에 위치했었고, 현재 동부시장 근처였으니 꽤 먼거리였다.

어느 날 하굣교길이었을까. 옛날 정토회관 근처에서 검정치마에 쪽진 머리를 하고 걸어가는 교무님들을 보게 됐다.

그땐 어린 마음에 '아직도 저렇게 한복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있구나' 하고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좀 억지를 부리는 것 같지만 그게 인연이었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행히도 원광새마을금고에 입사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는 게 나의 유일한 신앙생활이자 종교를 알게한 전부였다.

그런데 원광새마을금고에 입사하고 보니 원불교에서 세운 금융기관임을 알게 됐고, 동시에 원불교라는 종교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덕택에 나는 자연스레 원불교에 입교를 했고, 자력으로 교당에 나가 법회활동도 하게 됐다. 그곳이 바로 어양교당이다.

처음 어양교당에 나갔을 때 이남현 교무님이 있었다. 어양동의 어느 건물에 세를 얻어서 교당을 운영할 때였다.

보통 젊은 사람들은 독경이나 좌식으로 보는 법회가 낯설다고 하지만, 나는 웬일인지 그런 것들이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어릴 적에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면서 스님들의 독경소리를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더욱이 <원불교교전>을 보면서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읽기도 좋고 이해하기도 쉬워 신앙생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종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 때도 있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에 집 짓는 일을 하는 아버지를 도와드리곤 했는데, 한 번은 아버지가 크게 힘들어한 일이 생겼다.

어느 동네 목사님 집을 지었는데 그 목사에게 돈을 받지 못해 굉장히 곤란한 상황을 겪은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본 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종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원불교는 어렸을 때 그 목사를 바라보던 것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원광새마을금고에 입사하게 된 것도 큰 행운이었는데, 원불교에 입교하게 된 것은 더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어양교당을 다니면서 다른 교도들에 비해 조금 젊다고 청년들과 어울리는 보직을 맡아 교당 일을 하다보니 주임교무님을 자주 뵙게 된다. 정원아 교무님은 주임교무로 있을 때 "직장에서도 교화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며 "원무를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

"교무님 저희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다 원불교 교도들이고 다 교당을 다녀서 제가 할 역할이 없어요."

이런 대답에 교무님은 "직원들도 그렇지만 직장일을 하면서 만나는 인연들을 원불교로 안내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나는 하겠다고도 못 하겠다고도 선뜻 답할 수 없었다.

우유부단한 것은 아닌데 원무로서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못 한다고 솔직히 말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러나 주임교무님 말을 받들지 못하는 것도 잘못인 것 같아 전전긍긍 고민하고 보니 어느새 며칠의 시간이 지나버렸다.

나중에 다시 교무님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래 입교를 시키는 공덕도 크다 하니 손님들이나 지인들에게 원불교를 알려주는 것만이라도 해보자'하고 용기를 내어 원무를 지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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