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下歸來歲月心 숲속에 돌아온 세월이 깊어서
了無塵事可開心 티끌세상 일이 없으니 마음 열리네
白雲塞斷山前路 흰 구름이 산 앞의 길을 막는데
一曲無生信口吟 태어나지 않는 노래 한 곡 읊어 볼까

'임하록(林下錄)에서'-연담 유일(蓮潭 有一 1720-1799 조선 후기의 승려)

연담 유일의 성은 천(千), 법호는 연담(蓮潭), 전라남도 화순에서 태어나 18살 때 승달산 법천사에 출가하였다. 당대 최고의 학승이며 선승으로 쇠락해 가는 불교에 큰 힘을 불어넣었으며 '임하록' 등이 전한다.

위 시는 근심과 슬픔이 가득한 속세에서 벗어난 스님이 윤회의 고리를 끊는 시를 읊조리면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연담은 묵암 최눌과의 유명한 심성론 논쟁에서 부처와 중생의 마음은 본래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염불과 선정을 중시하였다. 그런데 사람을 구하고 공부에 힘쓴 결과 근심과 상처만 늘었다는 연담은 중국 동진 시대의 고장강을 본받으라고 하였다. 즉, 시와 그림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난세에 어리석은 기인처럼 행세하여 자기를 지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삭빠른 이들이 날고뛰는 이 살벌한 세상에서 정말 농판인 척 사는 것이 잘하는 처세일까.

사람을 얻는 게 이익이 되기에 사방으로 다니다가 / 흰머리 60년 세월이 흘렀네 / 선정에 든 두타는 천 겁 동안 고요했고 / 다문 존자는 일생동안 바빴다네 / 글자를 아는 것이 우환이 되었고 명예를 구하다가 손상만 있었네 / 약은 사람도 높은 곳에서 떨어짐을 알겠으니 / 고장강(고개지)처럼 어리석음만 같지 못하네.

*두타- 괴로움을 무릅쓰는 수행자 *다문 존자- 다문 제1의 아난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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