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교도/여의도교당
백년해로(百年偕老)라는 말이 있다. 부부가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뜻이다. 또 다른 말은 '해로동혈(偕老同穴)'로, 죽어서 한 무덤에 묻힌다는 말이다.

요즘 나에게는 하나의 큰 바람이 있다. 나의 지팡이와 간호사를 자임하던 집사람이 내 뒷바라지에 너무 힘을 쏟아서인지 많이 힘들어한다. 큰일이다. 서로 해로 하다가 한 날 한 시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 '가버린 사랑'이 있다.

"백년해로 맺은 언약 마음속에 새겼거늘/ 무정할 사 그대로다/ 나 예두고 어디 갔나/ 그대 이왕 가려거든 정마저 가져가야지/ 정은 두고 몸만 가니/ 남은 이 몸 어이 하리"

손 꼭 잡은 채 나란히 눈 감은 부부…'뭉클'이라는 '톱스타뉴스'의 보도가 있었다. 지난 13일, 미국의 한 부부가 손을 꼭 잡은 채 같은 날 눈을 감았다는 사연이 누리꾼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로 처음 만나 58년을 함께 산 부부가 같은 날,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에 사는 조지와 오라 부부가 산 안토니오 병원에서 함께 사망한 것이다.

이날 조지는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병원으로 옮겨진 후 병원 침대에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남편 조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곁에서 잠이 들었던 오라는 조지가 죽은 지 3시간 후 남편을 따라갔다. 딸 코리나 마르티네즈는 "두 분은 영화 '노트북' 속 주인공들처럼 돌아가셨다"면서 "두 분이 돌아가신 게 슬프면서도 영화 속 일이 실제로 일어나 놀랍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지와 오라의 사망일은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 일주일 후였던 것으로 전해져 더욱 뭉클함을 자아낸다.

금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은 임플란트에 대해 보험적용을 받게 되었다. 바야흐로 틀니에서 임플란트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 왼쪽 어금니가 너무 아파 치과에 갔더니 치과 의사가 양쪽 어금니를 다 빼야 된다고 한다. 이를 뽑고 나니 영 허전하기가 짝이 없다. 그럼 이제 나도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하나?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 것이라고 임플란트까지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강하게 든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도 2012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1.44세로, 남성이 77.95세, 여성이 84.64세 이며, 남녀평균 건강수명은 71.0세라고 한다. 그럼 나는 이미 남성의 77.95세를 살았고, 건강수명 71.0세도 지난 지 오래다. 그러므로 비싼 돈 들이며 임플란트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금 우리가 평균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빼면 10.44년을 건강하지 않은 상태, 즉 질병을 가지고 산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도 결국은 마감이 있다는,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 실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예 자기는 죽지 않을 사람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이 나이 40을 넘으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겨야 한다는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의 말씀도 있는데 말이다. 모두 어리석기 때문이다. 그 깊은 병은 고치는 약도 없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멸(滅)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 '불생불멸(不生不滅)'진리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진리를 깨닫는 것이 제일 큰 지혜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 지혜가 크게 부족한 것이 문제다. 모두가 돈에 미쳐 날뛰는 게 그 증거 아닐까?

높이 올라 갈수록 돈과 권력을 다 가지려는 고위 공직자들을 보면 화가 난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병원 중 제일 좋은 병실에서 첨단의 의료기기와 약품, 그리고 최고의 의사들에 둘러 쌓여있으면서 죽음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게 누구든 때가 되면 가는 게 천리고 우주의 법칙이며 우리들의 인생이다. 옛 어른들은 인간의 오복(五福)에 '고종명(考終命)'을 넣었다. 하늘이 주신 명대로 살다가 자기 집에서, 가족들 모아놓고 임종(臨終)을 맞는 것이다. 이 고종명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주사바늘 주렁주렁 달고 죽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기도 한 것이다. 사람의 나이 종심(從心)에 이르면 당연히 '마감준비'가 있어야 옳다. 죽음에도 품위(品位)가 있어야 한다.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마감준비의 첫째는, 지금의 '내 처지'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일이다. 그래야 거기에 맞는 마감준비를 할 수 있다.

마감준비의 둘째는,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이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죽음에 임박하여 치료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게 될 때를 대비하여 의료진의 치료 방침 결정에 참고하도록 작성하여 두는 것을 말한다. 생명유지 장치를 통해 단지 죽음의 시기만 늦추는 것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다.

마감준비의 셋째는, 유언장을 쓰는 것이다.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여 공증을 받아두어야 한다. 배우자나 자식들에게 돌아갈 상속목록을 일목요연하게 명기하면 자식들끼리 싸우는 비극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비록 백년해로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 세 가지 마감준비는 미리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행할 바 도가 많다. 그러나 그것을 요약하면 생(生)과 사(死)의 도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 때에 생의 도를 알지 못하면 능히 생의 가치를 알지 못할 것이요, 죽을 때에 사의 도를 알지 못하면 능히 악도(惡道)를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 모두 미리 미리 마감준비에 만전을 기하면 죽을 때에 종종걸음은 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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