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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중도원 맑은집
사회복지법인 중도원 맑은집
  • 강법진 기자
  • 승인 2016.08.12
  • 호수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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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옷 입고 춤추는 발레리나 되고 싶어요"
그림을 곧잘 그리는 새싹반 열 살 혜나.
맑은집 희망, 혜나의 성장

익산시 용안면에 위치한 장애영유아거주시설 맑은집(원장 박용민)을 찾았을 때, 열 살이 된 혜나(가명)는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성장이 빨라 보였다. 양안격리증을 앓고 있던 혜나는 올해 초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해 두 눈 사이도 좁히고 코도 좀 세웠다. 덕분에 입학시즌이 조금 지난 3월 말, 용안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수술 후 아직 자라지 못한 솜털 같은 머리카락을 모자로 가린 채 혜나는 첫 등굣길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맑은집 선생님들은 그런 혜나에게 입학 선물로 작은 '공부방'을 하나 마련해 줬다.

맑은집은 만 0세~6세까지 거주하는 장애영유아시설이다. 혜나의 나이 또래는 일찍이 다른 교육시설로 보내져야 했다. 하지만 생후 2개월 때 이곳에 입소한 혜나는 2007년에 개원한 맑은집의 오랜 식구와 같은 아이다. 그러다 보니 치료시기가 다소 늦더라도 혜나의 장애는 꼭 수술해 주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들도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4차례의 큰 수술을 잘 이겨낸 혜나는 이제 곧 맑은집 선생님들과 이별할 때가 왔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혜나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세상에 나왔다. 두개골 조기 유합증, 왼쪽 발이 육발가락인 데다 양안격리증을 앓고 있어 엄마의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나쁜 것이 아님에도 아직 우리 사회의 시선이 곱지 못해 할머니는 혜나를 쉽게 밖에 내보낼 수 없었다. 할머니 혼자 외롭게 혜나를 돌보다가 100일이 채 되지 않아 이곳에 부탁하고 떠났다. 인지능력은 다른 아이들보다 높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고, 발표력이 약한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혜나를 맡은 유미선 선생(사회복지사, '엄마'라 불림)은 "새싹방 친구들 중에 제일 의젓하고 가끔 '엄마, 제가 도와줄게요' 하고 다가오면 이제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눈과 코 수술이 잘 돼 자신감이 한껏 오른 혜나는 요즘 컴퓨터도 곧잘 다루고, 학교에서 배운 한글과 산수도 제법 잘 따라간다. 그림 솜씨도 남다른 혜나는 꿈이 '발레리나'다. "예쁜 옷 입고 무대에 올라 춤추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혜나가 춤 솜씨를 보여준다며 새싹방 아이들과 함께 소녀시대의 라이언 하트(Lion Heart)를 한껏 뽐낸다. 길쭉길쭉한 혜나의 팔다리가 자신감만큼이나 쭉쭉 뻗어나갔다.

함께 웃고 떠들다보면 다른 아이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 혜나와 그 친구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부모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여느 아이들과 똑같다.

유은영(법명 의영, 정토)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줬으면 한다. 혜나는 개원 초기에 들어와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후원자들도 잘 만나 치료도 잘 된 케이스이다. 외모상으로 보여지는 장애까지 완벽하게 고칠 순 없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후원자를 만나 조기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39명의 맑은집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시설 사회복지사들은 모두 '엄마, 아빠'로 통칭해 부른다. 아이 한 명도 제대로 키우기 힘든 시대다. 하지만 '엄마'들은 많은 욕심을 부릴 수도 없다. 내 품에 있을 때 더 아프지 않게,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나마 가끔 아이들의 옹호자나 결연후원자가 나타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 사랑이는 엄마 손에 의지해야 두 발로 설 수 있다.
두 발로 당당히 걷고 싶은 사랑이

맑은집에는 혜나처럼 경증장애를 가진 아이들 외에도 침대와 의자에 의지해 살아가는 중증장애아들이 절반이다.

8살 사랑이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반신 마비와 한쪽 팔 편마비로 인해 아동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간다. 애교가 많아 '엄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사랑이는 수술만 받으면 당장 두 발 딛고 걸을 것 같다는 유 사무국장.

보통 뇌병변 중증장애 아이들은 의사소통이 잘 안 되지만 사랑이는 인지능력이나 언어구사력이 좋아 엄마들의 마음은 더욱 안타깝다. "모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비 이야기만 하고 치료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말을 안 해준다. 우리는 사랑이를 비장애인처럼 걸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보행보조기에 의지해서라도 걸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며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사랑이가 2살 때 이곳에 입소했으니 엄마와 딸로 지낸 세월만 6년이 넘는다. 그동안 수차례 시도를 해봤지만 만만치 않은 수술비와 병원을 찾지 못했다. 영아원에서 데리고 와서 부모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 사랑이는 다행히 전에 맑은집에서 근무했던 물리치료사가 옹호자로 나섰다. 오늘도 사랑이는 옹호자 '선희엄마'에 대한 물음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사랑이와 함께 맑은집 중증장애영유아는 총 18명. 아직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3개의 방 엄마들이 3교대로 24시간 보살핀다. 아침 6시에 기상해 삼킴이 어려운 중증아이들 죽식을 30분 이상 먹이고 또 다른 아이들 먹이다 보면 아침 시간이 분주하기만 하다. 아이들을 씻기는 일 또한 보통이 아니다. 그렇게 말끔하게 옷을 차려 입은 아이들 중 활동이 가능한 영유아들은 사랑이와 함께 특수교육과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장애전담어린이집에 갔다가 오후 4시에 귀원을 한다. 이때부터 엄마들의 손발이 또 바빠진다. 아이들을 씻기고 저녁을 먹이고 열린교실 학습지원을 하고 나면 어느덧 잠잘 시간. 하지만 그날 당번 엄마들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새벽2시, 4시면 중증아이들의 건강체크, 체위변경을 해주고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 사무국장은 "결국은 자립이 목표지만 우선 중증의 아이들을 경증으로 만드는 일이 급선무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영유아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사랑이가 비눗방울 장난감을 찾는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장난이 무척 하고 싶은가 보다.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힘들게 펌프질을 하는 사랑이를 엄마들은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력을 키울 때까지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게 엄마들에게는 가장 힘들고도 기쁜 일이기 때문이다.

호남 유일의 장애영유아시설, 맑은집

사회복지법인 중도원 '맑은집'은 웃음과 사랑으로 은혜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목표로 만 0세~6세 장애영유아들을 돌보는 거주시설이다. 사회복지의 사각지역에 있는 중증 차상위, 저소득층의 장애인에게 전인적인 통합 재활서비스를 제공하여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통합, 장애인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맑은집은 호남 유일의 장애영유아시설로서, 2007년 설립해 이성호·박용민·이준녕 교무가 용안지역 교화와 함께하고 있다. 또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 '밝은집'과 지적장애인거주시설 '훈훈한집'도 같은 해 설립해 지역사회에 희망을 일구고 있다.

이성호 교무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장애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장애인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삶을 당당히 영위해 갈 수 있는 미래사회를 꿈꾼다. 또한 장애인들에 대한 교단의 인식이 개선되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복귀에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맑은집 063-861-9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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