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원 교무/안암교당
현장교화자인 나에게 있어 1년 중 제일 행복한 7일이 있다. 그건 바로 익산에 있는 중앙중도훈련원으로 떠나는 1주일간의 전무출신 훈련이다.

무엇이 훈련을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일까? 대종사는 훈련이 중생을 대도정법으로 단련시켜 불보살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소진했던 체력과 수양력을 회복하고, 풀렸던 나사를 다시 조이는 시간이다. 일하느라 미처 정리하지 못해 어지러웠던 내 마음 방을 다시 정리정돈하고 쓸고 닦는 시간이다. 나는 훈련을 나고 나면 그 어떤 휴양보다 에너지가 충전된다. 서원과 신심·공심·공부심이 되살아난다.

반백주년기념대회 당시의 눈부신 교화 성장을 지나 지금 우리는 청소년 및 일반 교화 정체, 예비교무 감소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닥쳐온 현상 치료에 급급한 처방은 한계가 있다. 교화와 복지에 직접적인 정책들을 적용함과 동시에,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 또한 필요한 것이다.

나무도 20~30년 이상 키워야 쓸 만한 재목이 된다. 단기적 현상 처방을 넘어서서 중장기적이며 근원적 해결책은 사람의 마음이요, 더 들어가면 창립정신에 바탕 한 서원과 신심, 공심 공부심이 되살아나면 해결되는 문제다. 마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마음이 더욱 살아나면 교화도 더욱 살아날 것이고, 인재 배출도 잘 될 것이다.

그럼 마음이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답은 영육쌍전과 이사병행이 관념화에 머물지 않고 생활 속에서 활용되게 하는 정기훈련, 상시훈련이다.

그런데 지금 전무출신 정기훈련의 모습은 어떤가? 대종사 당대는 농경사회였다. 원기9년 5월 만덕산 초선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동하 3개월씩 180일간 정기훈련을 했다. 그러다가 사회가 변하고 산업화가 되면서 1개월, 10일로 줄었다가, 지금은 7일(5급교무는 2회)간 중도훈련원에서 정기훈련을 하고 있다. 180일에서 7일로 줄었다. 너무 줄었다. 정말 너무 줄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였다고 하지만 7일로 줄어든 것은 대종사님의 정신에 미흡한 것 같다. 훈련 프로그램의 개선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절대적인 기간이 짧아 생기는 모자람이 크다고 생각한다. 짧은 훈련은 얼핏 현장 업무의 공백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어 보이지만 크게 보면 교단에 손실이 매우 크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여름과 겨울에 '안거(安居)'라는 이름으로 약 2천명의 스님들이 60여개의 선원에서 지금도 동하 3개월씩 선을 하고 있다. 안거 기간에 하루 8~14시간 참선을 한다. 스님들은 안거를 통하여 선심이 살아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맑음을 전하고 있다. 산업사회를 지나 지식정보 사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이 180일의 수양기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것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원불교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는 것이라 하더라도 7일은 너무 줄인 것이다.

출가자가 훈련기간 동안 교화현장을 비운다고 해서 그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우리 재가교도들은 전무출신이 정기훈련을 다녀오면 마음이 살아나서 온다고 좋아하지, 훈련기간 동안 교당을 비웠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훈련을 좀 더 다녀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교도도 있다.

원불교 2세기를 시작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경산종법사가 말씀한 초심은 바로 초창기 9인 선진의 창립정신이요, 욕심을 떠난 맑은 서원이며, 신심, 공심, 공부심일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정기훈련을 나는 것이다.

대산종사가 전국에 훈련원을 세우고, 열반 전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와이 국제 훈련원 봉불식에 참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대산종사의 '공부위주 교화종, 교화위주 사업종' 법문처럼, 주를 위주로 잘하면 종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교화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우리들 먼저 공부하고 훈련을 더 해보자.
현재 중앙중도훈련원에서의 7일간 전무출신 훈련은 프로그램뿐 아니라 교단 통합의 효과까지 있으니 지금처럼 그대로 진행하자. 그러면서 전국의 많은 훈련원에서 전무출신 7일간의 정기훈련을 추가할 수는 없을까? 일주일의 훈련을 추가로 나는 것이다. 전무출신이 훈련으로 행복해지면 전무출신의 상시훈련도 더 잘 될 것이며, 이 행복의 파장이 재가교도에게까지 전파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가 끝난 지금, 새로운 원불교 2세기를 이끌어갈 추동력은 바로 훈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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