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건 교도/남대전교당
'원불교=마음공부를 하는 종교'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원불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원불교가 '작지만 강한 종교', '인류 보편적인 종교'로서의 개방성과 친화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 풍조에 멍들수록 피폐해진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하려는 움직임 또한 반사적으로 더욱 강렬해지는 이치와 무관치 않다.

우리 사회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물신주의적 경쟁 사회 곳곳에서 황금만능의 한탕주의, 정당한 절차보다는 결과지상주의가 횡행한다. 불신과 불통, 반목과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군상들이 넘쳐난다. 그나마 이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차츰 살아나고 있어 다행스럽다. '인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성 회복,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살맛나는 공동선을 구축하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7월2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인성교육진흥법'의 시대적 과제가 대표적이다. 초·중·고교 인성교육을 의무화한 세계 최초의 입법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벌써 시행 1년을 넘겼다. 이 법에서는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규정한다. 원불교 마음공부의 핵심원리와 상통한다. 예·효·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과 같은 인성교육의 가치 역시 '상생, 평화, 하나의 세계'라는 '정신개벽서울선언'의 실천 덕목을 보는 듯하다.

세상사 모두가 마음 하나 들어서 그리 된 것이니 마음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본래 마음을 지키고 가꾸어서 잘 사용하라는 메시지다. 각자의 마음이 죄복의 조물주라고 했다. 복을 지으면 복을 받고 죄 또한 지은 대로 받는다. 인과이치를 주고받으면서 영생을 거래한다. 좌산상사는 인성이란 관리의 대상이라고 했다. 온전한 정신으로 생각을 궁굴리고 궁굴려서 옳은 것을 취사하는 공부가 저절로 될 때까지 챙기고 또 챙겨야 자기 인성을 믿을 수 있다.

대종사는 1세기 전 이를 간파하고 '개교의 동기'에서 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자유를 얻고 영원한 혜복의 문로가 열릴 수 있게 밝혔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를 통해 인간이 비로소 주체가 되는 길을 제시해준 것이다.

원불교가 개교 이래 교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자선 차원에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해 왔던 터라 감회가 깊다. 원불교의 교육이념 아래 설립된 교립학교 내지는 유연기관 산하의 여러 학교 등지에서 펼쳐왔던 창의적 인성교육프로그램들이 오래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정부나 학계, 그리고 지역사회가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원불교가 대안학교를 비롯해 여러 형태의 학교를 곳곳에 세워서 인성 중심, 학생 중심의 열린 교육의 모델을 이 땅에 뿌리 내리게 했다는 건 교육사적인 의미가 크다.

예컨대 1998년 설립된 영산성지고등학교는 국내 최초의 대안학교로 꼽힌다. 종교가 인성교육에 앞장선다는 건 당연한 책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인성교육 책임을 특별법으로 규정할 만큼 절박한 현실을 드러낸 것이긴 하지만 그에 한발 앞서 원불교가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 역할의 한축을 맡고 있었다는 건 찬사 받을 일이다.

이제 원불교가 인성교육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면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데이터화해서 한 차원 더 높게 과학화 및 구체화해야 할 단계라고 본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간 성과를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인성교육프로그램의 내실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교단 내외에서 시행해왔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조망 평가 분석 기획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 인력 양성과 더불어 물적 지원 시스템 역시 보다 수월하게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특화된 원불교 콘텐츠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다양한 매체와의 융합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는 인성교육은 국가나 지자체의 단선적인 책임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가정과 종교, 사회단체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나서도 부족하다. 인성교육 대상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즉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시기와 장소, 처지 불문하고 맞춤식으로 이뤄져야 할 성질의 것이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데도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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