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님 법 만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석심고로 인연불공, 마음 행복 찾아
교무마다 오롯한 신성으로 스승 삼아

기록적인 폭염으로 치닫는 8월. 그 불볕 더위는 신앙인을 만나기로 한 영광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무더운 날씨에도 어느 노신사는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소법당에서 기도를 하다가 기자를 맞이한다. 영광교구 영광교당 평산 윤자평(86·平山 尹慈平) 교도다.

원불교가 생겨난 시간만큼이나 그 역사를 함께한 영광에서는 교도들의 신심도 꽤나 깊다. 이번에 만난 신앙인 역시 그가 살아온 나이만큼 오로지 교법에 대한 신념으로 다져온 인생. 노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정한 모습의 그는 영광교당이 특별하기만 하다. 매일 아침 교당에 나와 기도와 좌선으로 일관하는 그에게는 이제는 빠뜨리면 안되는 하루 일과가 됐다.

"매일 조석 심고와 좌선을 하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 허망해요. 늙어서 그런지 이제는 이런 재미만이 유일한 낙이에요."

그는 소태산 대종사 법문이 널리 퍼져서 자신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길로 들어섰으면 하는 염원으로 아침 저녁으로 기도한다. 그가 살아온 80여년의 세월만큼 진정한 마음의 안정과 행복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법성에서 태어나 젊을 때부터 영광에서 살았습니다. 그저 열심히만 사는 것이 제일인 줄 알았지요. 하지만 대종사님 법문을 받들면서 까닭있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 천도재를 교당에서 모시면서 알게 된 원불교와 〈대종경〉 법문은 그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 스승이자 길잡이가 됐다.

"이상하게도 젊은 시절부터 술과 담배를 잘하지 못했어요. 당시 군대에서 나눠주던 담배도 모아두었다가 동료들에게 나눠줬지요. 그런데 대종사께서 밝혀주신 삼십계문에도 그런 말씀이 나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너무 허투루 살지는 않았구나 하고요."

극장 상무부터 시작해 학교 서무과, 백녹육아원, 초등학교 교사, 비룡양로원 총무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그이지만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을 성실함 하나로 봉직했다.

"원불교를 만나기 전에는 잘 몰랐지만, 알고나서는 교법정신으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남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사람을 대하고, 책무를 다하는 것이 보은하는 것으로 알았지요. 또 나만을 위한 이익이 되지 않도록, 남을 먼저 배려하는 자세로 살려고 했습니다. 삼십계문 지키는 데에도 무던히 노력했지요."

이러한 삶을 살았던 그는 양로원 총무로 근무할 당시 감사원 감사를 받은 후 대한복지대회에서 2차례나 상을 받기도 했다. 또 자신만 생각하는 후배들에게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익심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그가 교법생활을 하나둘 실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영광교당을 다니면서 그동안 모셨던 역대 교구장들 덕분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지금 퇴임하신 정수덕 교감님은 저를 원불교에 더욱 가깝게 이끌어 주신 분입니다. 언제나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고, 모르는 것은 항상 자상하게 일러주셨지요." 여전히 깊히 존경하고 있다는 그는 가끔 수도원에 연락드려 안부를 여쭙는다.

"또 조원오 교감님이 오셨을 때는 새벽기도와 공부방에 나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권유하시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드문드문 나왔던 새벽기도와 좌선이 이때부터는 완전히 일상의 재미가 되었습니다."

그가 모신 역대 교당 교감님들은 하나같이 공부길을 이끌어 주신 지중한 인연들이었다.

"지금 모시고 있는 김정심 교감님은 설법을 상세하게 해주시고, 늘 공부한 바를 대조하게 합니다. 늙었어도 허물없이 대해줘서 제 마음이 항상 편합니다. 그래서 교당에 더 정이 들고 공부를 일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스승의 인연과 공부심으로 살아가는 그가 늘 가슴에 깊이 되새기는 법문을 소개했다. "예전부터 〈대종경〉 수행품 1장이 마음에 새겨집니다. '심지에 요란함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감사생활을 하였는가 못하였는가, 자력생활을 하였는가 못하였는가, 남에게 유익을 주었는가 못 주었는가를 대조하고 또 대조하며 챙기고 또 챙기라'는 말씀이 너무나 중요하게 와닿습니다. 내 자신을 지켜보고, 일상생활에서 주의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지요."

이제야 조금씩 공부길이 보일 뿐 많이 부족하다는 그의 이야기 속에는 한없는 겸손이 배어있다.

"여생에도 '오로지 대종사님 말씀대로 살아야지'하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었습니다. 더 열심히 신앙하고 공부해서 그동안 저를 이끌어 주신 스승들과 대종사께 잘 보은할 수 있는 불제자가 되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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