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정진기도 체험
남편 열반, 기도에 매달려
자녀들 지켜내게 한 원동력

▲ 이도연 교도/광주전남교구 봉공회 부회장
원기91년 4월27일 오후7시 광주교당 야외광장. 광주전남교구 봉공회·여성회·청운회·청년회 재가 단체장들과 여러 교도, 교무님들의 위대한 약속이 시작됐다. 거룩한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그렇게 그 해 대각개교절 전야제는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광주교당 야외에서 '10년의 약속' 기도 결제식이 거행됐다.

20여년 투병으로 수척해진 남편과 함께한 결제식은 차질 없이 진행됐고, 매월 10일마다 각 단체장들의 주관아래 기도는 점점 익어가고 있었다. 기도를 시작 후 87일째! 수술 후 좋아지는 듯 한 남편의 건강은 악화되었고, 병원 응급실에 입원 후 14일째 되던 날 성업의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천리마(千里馬)의 몸에 붙어 천리를 가리라는 기대와 희망은 사라져 버린 듯 온 세상 모두가 허망하게만 보였다. 대학을 갓 졸업한 아들, 딸 남매와 살아가야 하는 슬픔 속에 49재 천도재와 100재를 모시고 열반기념제 등 정성을 바치는 가운데 자력 없던 마음에 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생에 짧은 인연이었지만 새 몸으로 다시 오리라는 기도와 함께 남편의 유작으로 남긴 미완성 〈원불교교전〉 사경에 매달려 상·하 두 권으로 제본해 먼저 사경했던 교전과 가보로 남길 수 있게 됐다. 교화수첩을 이용해 매일 '일원상서원문' 2번 쓰기는 3천 번 쓰기로 진행 중이다.

제주도 산천단 1500일 회향기도와 지리산 허브밸리 2000일 회향기도 등 힘 미치는 대로 기도에 정성을 들이던 중 대학을 졸업한 딸아이는 국가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출가해 예쁜 손자 손녀를 안겨주었고, 아들 또한 제 몫을 다하는 청년으로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2년 전 갑작스런 진도 팽목항 세월호 참사는 봉공회원들에게 또 다른 봉사의 한 매듭을 채워가게 했다. 교구봉공회장의 지휘아래 식사와 세탁봉사, 상담 등…. 100년의 약속을 지키는 듯 여러 달 동안 함께했었고 그해 7월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3000일 기도에는 전국의 교도님들과 인연 교무님들의 산상기도 또한 거룩한 행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매월 10일 기도 때마다 주례 단체 지도교무들의 정진기도 법설 또한 100년을 향한 기도에 청량제가 되었으며, 제주교구에서 교구로 기도를 옮기는 이관 기도식은 이근수 원불교청운회장과 단체장들의 격려도 기도정진에 한 몫을 했다. 특히 이근수 회장의 기도체험담은 남은 기도기간을 어떻게 정진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커다란 힘이 되어 기도에 매진할 수 있었다.

10년을 하루같이 함께했던 기도정성으로 개인의 어려움을 이겨냈고, 5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감격은 교도가 아니더라도 감동 그 자체였으리라 생각해본다. 새로운 100년의 또 다른 결제를 다짐하는 거룩한 장엄이 아니었을까?

재가출가 교도가 함께했기에 우리나라가 멀지않은 장래에 세계의 정신적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되리라는 확신으로 남은 날들도 기도 정진해 "초심을 잃지 않으며, 나 자신을 축복하고, 은혜를 서로 나누자" 하신 원기101년 경산종법사의 신년법문을 대조해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무아봉공을 실천하는 공부인, 대봉공인이 되리라 다짐해본다.

또한 기도 결제 후 87일째인 그날! 남편의 열반 10주기를 맞이해 영산성지 대각전에서 열반기념제를 모셨다. 이응원 교무님의 인연으로 영산수도원에 수도 정진 중인 인연 교무님들과 함께 올린 기념재였기에 영가께서도 흐뭇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휴가기간에 남편 열반기념일이 있다 보니 공무원인 딸 내외와 손자녀가 휴가를 겸한 영가와의 동행이 가능했다. 이 또한 우연한 일은 아니다. 10년 전 유난히 더웠던 그날도 이은영 교무님의 구슬땀과 교도님들의 천도재, 100재에 이은 열반. 10주기까지의 정성이 원불교100년성업 기간 중의 인연과보로 추억됐고, 또 다른 성업을 위한 기도정성을 다짐하며 오늘도 '일원상서원문' 쓰기에 정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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