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진 교도/강북교당
연일 폭염으로 온 나라가 푹푹 찌고 있다. 어제 뉴스를 보니 식사는 최대한 간단히 혼자 해결하고 야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점심시간 한 시간 동안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는 노래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폭염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패턴마저 바뀌고 있다 하니 이 더위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시원하면서 책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받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기기들도 열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면서 책을 읽으며 더위를 잊으려 하는 것은 참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올여름 많은 책을 읽었다. 재미있고 나에게 딱 맞는 책을 골라 몰입하게 되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그 책에 대해 느낀 점을 나누고 같은 책을 읽었어도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고 나의 사고와 안목 또한 넓어진다.

그렇다. 책은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읽는 것은 더 좋고 독서를 오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있다. 나는 실제로 경험을 통해 이것을 느껴 보았다.

지난해부터 내가 근무하고 있는 중학교의 교사 몇 명과 모여 책모임을 하고 있다. 책모임의 운영방식은 다음과 같다. 돌아가며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 책모임의 구성원 10명은 모두 같은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그 책에 대해 느낀 점을 나누고 좋은 구절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처음에는 이 운영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다른 사람이 추천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굳이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모임을 몇 번 하고 난 후에 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고 오히려 책모임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책모임의 좋은 점은 첫째로 내 책상에 한 달에 한권 선물처럼 책이 도착한다. 둘째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고 책을 소개해준 사람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셋째는 같은 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세 번째 좋은 점이 책모임을 추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많은 분들이 읽어서 알겠지만 이 책은 내용이 다소 파격적이라고 느낄 수 있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처음에는 모두 작가의 필력이나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방식이 신선하고 좋았다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다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자 스토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평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성향이 강한 수학교사는 예술이라고는 하나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는 의견을 내어 놓았고 미술교사는 본인이 주인공이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입장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영어교사는 미술교사의 오픈된 해석이 아주 좋았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책에 대한 이해와 충분한 자기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상반된 의견이라 할지라도 모두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각자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닮아 있다고 보았을 때 우리 책모임은 특성상 구성원의 성향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서로의 영역에 쉽게 관여하지 못하고 직장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업무적으로만 만났을 때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낮아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책모임은 독서를 한다는 즐거움을 넘어 함께 생활하는 동료를 이해하고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장이 되어준다.

'회화는 각자의 보고 들은 가운데 스스로 느낀 바를 자유로이 말하게 함이니, 이는 공부인에게 구속 없고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며 혜두를 단련시키기 위함이요'

〈정전〉 제3 수행편 중 제1장 정기훈련법에 나와 있는 회화에 대한 설명이다. 함께 책을 읽고 자유롭게 말하는 책모임이 우리 공부법 중 회화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심신이 지치기 쉬운 더운 여름이다. 함께 책을 읽으며 혜두를 단련시키는 시간을 가진다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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