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벤쿠버교당
우리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계가 있거나 없거나 늘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좌선을 해보면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샘솟는지 알 수 있죠. 이런 마음을 두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지 참 궁금합니다.

농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마음 밭 가꾸는 요령에 대해 한 생각을 얻게 되었죠. 기름진 밭은 야채도 잘 자라지만 잡초 또한 무성합니다. 생명력이 가득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의 마음 또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마음이 자라느냐가 문제죠. 그래서 우리는 수행을 합니다. 터 닦을 선, 선(禪)을 하죠. 마음 터를 잘 가꾸는 것입니다.

이 마음 터를 잘 가꾸려면 마음이 움직이는 현상을 잘 알아야 하죠. 주로 일이 있을 때에는 일을 중심으로 마음을 쓰고, 일이 없을 때에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이 있어 마음을 쓸 때에도 그 일 그 일에 집중을 잘 못하죠.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듣고 생각하지 못하고, 늘 나의 이익과 손해, 기호와 선입견, 편견 등에 가려서 마음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잘못 듣고 잘못 이해하고 잘못 행동하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렇기 때문에 일이 있을 때에는 최대한 '일심을 집중하여' '있는 그대로'를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후환을 남기지 않고 바른 마음을 사용할 수 있죠.

일이 없을 때에는 이 생각 저 생각이 납니다. 아무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갖은 생각들이 솟아나고 따라가서 좋지 않은 과거에 대해 후회하고, 원망하고, 서운해 하거나 변명을 늘어놓죠. 또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로 달려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우울해하거나, 지금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갈구와 주어진 현실을 회피하려는 마음,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로 마음만 급하고, 복잡하며, 아등바등 어쩔 줄 모르는 불안정 속에 답답해합니다.

마치 마음속에 '가시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어 어느 누구도 쉬지 못하고 편하지도 못하죠.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에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어쩌면 좋을까요? 원불교에서는 '무시선'을 합니다. 일이 있을 때에나 일이 없을 때를 선(禪)의 심경으로 살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원래의 분별주착이 없는 우리의 성품을 깨달아 얻어서 마음의 자유를 얻게 하는 공부'를 하는 거죠.

'일이 없을 때에는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일이 있을 때에는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는 겁니다. 이 표준을 분명하게 세우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선의 수행이 되고 방법이 터득되죠.

핵심은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起心)'입니다. 그 때 그 때 어디에도 끌리거나 가리거나 집착하는 마음 없이 한 마음을 내는 거죠. 어떻게 하느냐구요? 알려줘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관심을 갖고 그 마음을 내보는 연습이 필요하죠. 그 길이 바로 수행이고, 그 속에 방법이 터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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