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청소년국은 청소년 교화박람회를 열어 교화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청소년교화정책 20년, 제자리걸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교단이 원불교 개교 100년을 향한 '청소년교화 종합계획'(원기81년)을 내놓았다. 동시에 그 해를 '청소년교화의 해'로 선포하고 향후 추진할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교정원 교화부(현 교화훈련부)가 청소년국을 신설하고 3년 만에 내놓은 청소년교화 비전이었다.

10대 과제 중 지난 20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꼽자면 해마다 공모전을 열고 있는 '교재 및 프로그램의 개발'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외 ▷청소년교화를 위한 교단적 접근 ▷원불교 청소년상 정립 ▷청소년교화를 위한 재원확보 ▷청소년지도자육성 ▷신앙·수행의 체계화 ▷청소년관련 사회단체 육성 ▷전문적인 청소년교화 기관 육성 ▷청소년센터 건립 ▷청소년 놀이문화 개발은 아직도 요원하다.

문제는 종합계획에 대한 꾸준한 점검과 평가가 이뤄졌는가 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교화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움에 반대가 되는 '그 무엇을' 우리는 경험해 보았던가. 20년간 한 가지 목표만이라도 선택과 집중을 했더라면 지금 청소년교화는 어땠을까?

물론 원기87년 출가교역자 총단회에서 교단은 교화침체극복과 청소년교화를 위한 교단적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다. 그 결과 '청소년교화특별위원회'가 발족돼 세 가지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청소년교화위원회' 중심의 새로운 교화체제 정착, '청소년전담교무' 중심의 청소년교화자 육성, '청소년전용공간' 중심의 미래지향적 교화환경 마련이 그것이다. 이는 원기89년 교구 청소년전담교무제도 시행의 기초가 됐다. 원기94년에는 수도권교화가 살아야 청소년교화가 산다는 취지로 청소년국이 서울로 이전했다.

당시 청소년국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인구 중 4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서울이 교화의 전략적 요충지이며, 서울교화가 전체 교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내다봤다. 더하여 통합사무실을 운영해 청소년 단체 간 네트워크도 강화할 목적이었다. 이에 대한 교단적 평가는 아직 유보상태다.

청소년담당교무제 도입과 청소년국 서울이전으로 인해 청소년교화 정책도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하는 듯했다. 원기95년 청소년국은 '희망숲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교화환경 구축, 재가지도자양성, 청소년교화협의회 강화, 청소년공간확보 등의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교정원 개편과 인사이동으로 청소년전담교무제(6년)와 청소년교화 성장모델교당(3년) 제도는 현장의 이렇다할 평가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청소년국과 교구 청소년교화협의회(이하 청교협)만 남은 20년 전 상태로 돌아갔다. 원기77년 서울동·서부교구에서 청교협이 처음 발족되고, 이듬해 9월 청소년국이 신설됐으니 어쩌면 더 오랜 과거로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그 부담감은 현장 청소년담당교무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청소년전담교무제 폐지와 동시에 청소년교화학교도 유야무야 사라졌으니, 이제 청교협은 회의체로서 기능만 남게 된 셈이다.
▲ 전북교구는 교당 간 거리가 멀지만 연지교당 유법용 교무(왼쪽)와 정읍교당 오법진 교무(중앙)는 근거리 이점을 활용해 청소년활동을 연합해 진행하고 있다.
누가 청소년교화를 돕는가

지난 7월, 전북교구 청교협 현장을 찾았다. 92개 교당이 분포돼 있는 전북교구에 청소년담당교무는 28명, 회의 참석자는 15명 내외였다. 어린이·학생·청년 여름정기훈련을 앞두고 있지만 교당 일과 개인 사정상 참석률이 저조했다.

김근진 전북교구 청교협 담당교무는 8월 희망캠프 안내와 교당별 청소년·청년훈련을 점검하고 교구에서 도울 일을 물었다. 1부 청교협 회의가 끝나고 2부 분과모임이 있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전북교구만의 일은 아니다. 청소년담당교무제 폐지 이후 청교협은 '청소년교화학교' 역할을 상실하면서 그 기능이 협소해졌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청소년담당교무들에게 청교협은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교화 7년차, 4년차 교무들은 "소통과 정보교환의 장이다. 바람이 있다면 교구에서 청교협 활동에 대한 대변인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화가 안 되고 하기 싫을 때, 동지들의 교화이야기를 들으면 분심이 나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청소년교화에 도움 되는 부연프로그램이 없어 예전보다 재미가 덜하다"면서 "그렇다고 교구 일로 바쁜 청교협 담당교무에게 바랄 수도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때문에 연지·정읍교당 청소년담당교무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을 살려 법회나 훈련, 기타 활동을 연합으로 진행한다. 그렇게 뭉친 힘으로 부교무가 없는 교당 청소년들까지 챙긴다.

사실 지리적 이점은 중앙교구가 단연 으뜸이다. 중앙교구 청교협은 매월 2~3차례 모임을 갖는다. 부송교당 정효진 교무는 "청소년교화자는 자주 만나야 한다. 잦은 만남은 빠른 결정을 가능케 한다. 충분히 소통한 후에 결정을 하기 때문에 교구 청소년담당교무들 간 유대관계도 끈끈하다. 그리고 사무국장이 청담교무들의 대변인 역할을 잘해준다"고 말했다.

중앙교구는 특히 청년교화가 잘 이뤄진다. 그 배경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교무와 청년회장단들이 교당을 순회하며 법회 또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결국 청소년교화는 교구와 교당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뤄짐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전담교무제도 폐지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원기94년 청소년담당제도 평가에서 청소년담당교무는 65.2%, 주임교무는 42%가 긍정적이라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학습(23.9%), 청교협 운영(17.35%), 청소년교화연구(14.65%)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왜 폐지했을까. 교구 인력활용과 예산부족, 잦은 인사이동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관성 없는 교정원 정책 방향에도 책임을 묻는다.

교화훈련부 청소년국 윤대기 교무는 "그래도 청소년전담교무제도가 가져온 변화라고 하면 교구 내 연합법회를 개설하는 곳이 늘었고, 거점교당을 만들어 모델링 하려고 하는 곳이 생겼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 지난 20년간 청소년교화정책으로 나온 공통점.
그래도 뛴다. 청소년교화 점프!

청소년교화의 모델은 없다. 최근 10년 사이 잦은 정책 변화로 현장교무들의 교정원(청소년국)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졌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정원과 교구, 교당이 다 같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국은 연구기능을 강화하여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교구 청교협에서는 청소년담당교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잦은 인사이동을 근절시켜야 한다. 또한 교당에서는 청소년교화자들에 대한 배려와 격려가 요청된다.

대전충남교구 세종교당 박세훈 교무는 "청소년교화가 침체되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며 "첫째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전문적 콘텐츠의 부재이다. 원불교 청소년 프로그램들은 종교적·교훈적 특성이 강해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지 못한다. 둘째 청소년 친화적인 청소년전용공간 확보다. 현재 청소년전용법당은 종교색이 강하고, 청소년을 위한 기자재가 구비돼 있지 않다. 셋째 청소년교화자들의 사기 고취다. 교화자가 행복해야 교화 에너지가 나온다. 교화자 간 소통 부재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교화자들이 많다"고 꼽았다.

그 대안으로 ▷청소년국의 연구기능 강화 ▷육영기관의 청소년교화와 관련된 실용적 과목 개설 ▷원불교의 독창성을 살린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 교화자들의 도전과 격려해 줄 수 있는 교단적 분위기 조성을 들었다. 박 교무는 "청소년교화는 열정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긴 호흡으로 청소년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며 교단적 관심을 촉구했다.

청소년교화를 위한 다양한 모델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처럼 뛰어놀 곳이 없다. 미래교화의 중심인 청소년들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공간, 소통'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 행복지수 높이는 외부 활동공간 탐방과 교단에서 이뤄지는 청소년 활동무대를 찾아 소개했다.

2주 청소년들의 놀이문화
3주 원학습인성교육으로 청소년 다가가기
4주 청소년교화협의회 역할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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