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충, 김치녀, 메갈, 아재충, 맘충…. 하나의 유령이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다, 여성·남성 혐오라는 유령이.
강남역 사건으로 돌출됐던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는 진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잇단 범죄의 발생으로 성 혐오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괴물이 됐다.

혐오는 공포와 폭력 등의 소산이지만, 그 뿌리는 차별에 있다. 우리나라 성평등 수준은 세계 꼴찌이며, 특히 남녀연봉격차는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같은 능력, 업무량에도 급여가 적은 여성은 억울하고, 평등해지면 기존의 제 몫을 빼앗길 거라고 믿는 일부 남성들은 불안하다.

직시해야할 것은 고전적 성역할이 가능했던, 아버지 급여로 식구들이 살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렇게 갑자기 견뎌야 하는 빈익빈 부익부, 유전무죄 무전유죄, 부정부패, 취업난 등에 대한 분노와 무기력이 '혐오'로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미리 본 소태산 대종사의 전망은 얼마나 놀라운가. 내부에서보다 이웃종교들과 세계 시민사회에서 더 관심을 높이며 칭송하는 동방의 나라 한국 민족종교의 교법. 원기80년대 UN은 원불교의 여성성직자 이오은 교무에게 종교NGO 회장을 맡겨 남녀평등 사상이 확산되도록 했다. 하상의 교무로 대표되는 원불교 페미니즘에 대해 〈여성신문〉 및 여성학자들은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다. 최근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한 박청수 교무는 "수녀도 비구니도 아닌 교무였기에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혀 원불교 남녀평등의 정수를 보여줬다.

우리 사회 만연한 혐오를 치유하기 위해 세상은 점점 우리의 정신을 원하고 있다. 100년 전 스승의 혜안과 제생의세 서원 덕이다. 재가출가 할 것 없이 스승의 뜻을 밝히고 전해야한다. 우리 스스로 의뭉스럽고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면 세상 구하기에 앞서 풀어내어야 함은 물론이다.

오랫동안 거론되어온 정녀서원식이나 실질적 혼인 불가 방침은 교단이 지금 논의해야할 문제다. 교단 초기 여성출가자들 중 상당수가 기혼이었으며, 향후 교무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대해볼 때 충분히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정당하다면 그 이유를 밝힐 것이요, 부당하다면 중지를 모아 고쳐나가면 될 일이다.

2세기의 막을 연 교단은 지금 우리 사회의 민낯과 마주하고 있다. 차별은 어떻게 평등이 되고, 혐오는 어떻게 사랑이 될 것인가, 교법인 남녀차별을 교단은 어떻게 실현해낼 것인가. 우리는 답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곧 세상이 원불교에게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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