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우리'의 미술관, 오스갤러리
갤러리의 창(窓)은 자연을 담아내는 액자
갤러리 주인은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들'
자연의 소리를 담은 전시 김한사·최대식 작품전

일상을 살아가며 오롯이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친구를, 가족을, 동료의 안색과 마음을 살피던 위로의 손길로 내 마음을 다독이고, 그들에게 건네던 따뜻한 눈길을 나에게 사려 깊게 보내는 때가. 가끔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갤러리로 향하는 시간은, 내게 그런 시간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쉬이 갈 수 없는 그 곳, 소양 오스갤러리(O's GALLERY). 그 곳에 자연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자연 속에서 건축도 그림도 더없이 아름답다는 것을 소리 없이 보여주는 사람, 오스갤러리 전해갑 대표. 혼자만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그가 건네는 말은, 오히려 '나'만의 혼자가 아닌 '우리(Our)'라는 단어다.
▲ 우리(Our)의 미술관이라는 뜻의 오스갤러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창을 내어 안으로 끌어들였다. 18년 동안 150여 명의 작가들이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우리모두의 미술관

전북 완주 소양면 작은 시골마을을 가로질러 산길로 돌아들면 아담한 호숫가에 자리한 회색빛 모던한 갤러리.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붉은 벽돌집과 마치 한 몸인 양 어울려 있다. 처마 끝까지 기어오른 담쟁이는, 누에고치 창고로 지어 한동안 별장으로 사용했다는 벽돌집의 세월을 말해준다.

"갤러리를 개관한 지 18년이 됐어요. 그저 산이 좋아서 이곳에 들어왔지요. 처음에는 집을 지을 수 없어서 누에를 키우는 창고를 지어 5년 동안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외진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는 주위의 걱정과 비난의 시선에도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자연이 좋아서'였다. 모두들 고개를 저었지만 자연이 좋아 산골에 집을 짓고 10여 년을 살다 보니 집 앞으로 농업용 저수지가 개발되고 호숫가 풍경을 품게 됐다.

붉은 벽돌집과 갤러리, 두 건물 모두 전 대표의 작품이다. 대학에서 환경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층은 전시장으로, 2층은 게스트하우스와 다실로 이루어진 갤러리 건물을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잿빛 콘크리트 건물, 물성으로 보면 차디찬 공간이어야 하겠지만 벽돌집 못지않은 온기를 품고 있다. 창으로 전해지는 자연의 온기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창을 내어 안으로 끌어들였다.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은 그대로가 한 폭의 수채화다.

"내 것을 내려놓고 내 것을 비워놔야 누군가가 그 공간을 채워줍니다. 건물은 그 공간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여질 때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되는 것이지요" 전 대표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차경(借景)을 말했다. 차경, 말 그대로 경치를 빌린다는 뜻이다.

전 대표는 갤러리를 지으면서 자연 그대로를 빌려와 창(窓) 안에 담아냈다. 산을 빌리고 파란하늘과 구름을 빌렸다. 봄에는 연둣빛 새순으로,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으로, 가을에는 오색의 단풍으로, 겨울에는 한 폭의 설경으로. 갤러리 곳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멋진 풍경화가 그려진다. 그렇게 갤러리의 창은 자연을 담아내는 액자가 됐다.

전 대표는 갤러리의 주인 또한 자신이 아닌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들'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갤러리에서 150여 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이들 작가들이 있어서 갤러리가 숨을 쉬는 공간이 되었던 거지요. 갤러리의 주인은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갤러리로 자리잡기까지 버티기 힘든 고난의 시간이 왜 없었을까. "문화는 '느리게 걷기'입니다. 느리게 걸으면서 머물며 쉬고, 또 쉬어야 합니다." 전 대표는 그 지난했던 시간들을, 다만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오스갤러리의 뜻을 전한다. "오스(O's)의 '오(O)'는 영어의 Our를 뜻합니다. '우리'의 미술관이라는 뜻이지요."
▲ 최대식 교수는 부처님의 형상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꼴라쥬한 작품을 오스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자연의 소리 담은 전시

오스갤러리에는 지난 12일부터 두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김한사 공예가와 최대식 교수의 작품 전시가 9월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갤러리에서 작품 전시 중인 최대식 교수를 직접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최 교수는 미국에서 한국 금속공예 기법에 기반한 금속공예를 가르치다 중앙대학교 초빙교수로 10여 년을 재직했다. 미국 한미현대예술단체 회장을 역임한 그는 남북유엔전 유치 등 문화예술 경영·기획분야에도 두각을 보였다.

그는 "이번 전시 작품은 부처님의 형상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꼴라쥬한 작품들이다. 모든 것은 각자의 마음에 담겨있다. 각자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부처님의 형상으로 담아냈다"고 표현했다. 이와 함께 '자연의 소리'라는 주제의 작품들은 단청의 화려한 색채가 전체적인 단아함으로, 갤러리 무채색 공간과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발하고 있다.

오스갤러리를 나와 위봉사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전통 한옥건물 '아원(我園)'이 나온다. 아원은 경신년에 지어진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이축한 한옥이다. 이곳 뮤지엄도 전 대표가 지었다. 아원 별채에서 바라보는 종남산과 사랑채, 안채의 추녀와 처마선이 자연과 그대로 하나가 돼 마음을 쉬게 한다. 아원 또한 나를 위로할 '우리'들의 정원이다.

문득 오스갤러리를 나오면서, 매일 접하면서 놓친 소중한 것들을 생각했다. 하늘과 나무와 꽃과 바람. 그 소중한 것들을 아껴둘 줄 아는 마음.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천지의 은혜 속에 내가 위로 받고 있음을.
▲ 오스갤러리 전해갑 대표는 갤러리의 주인은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들이라고 말한다. 갤러리 옆 붉은 벽돌집은 커피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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