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성근 교도/신촌교당
소태산은 '종교와 정치가 세상을 운전하는 것은 수레의 두 바퀴'며, '창생의 행과 불행은 곧 종교와 정치의 활용 여하에 달려 있는지라 제생 의세를 목적하는 우리의 책임이 어찌 중하지 아니하리요'라며, 정치와 종교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리고 새 시대를 맞아 새로운 종교운동인 불법연구회를 시작했다. '선정덕치(善政德治)'라는 넓은 의미에 비춰 '불법연구회'도 정치조직이라 볼 수 있으나, 권력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변화를 추구하는 현대적 의미의 정치결사보다, 종교·사회결사에 가깝다.

원불교는 기성 종교 내부 혁신이 아닌, 새로운 종교운동이다. 구한말, 동학을 비롯한 신흥종교의 대거 출현은 기성 종교가 당대의 문제, 민중들이 겪는 아픔에 제대로 답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종교 등장은 기존 질서와 충돌하면서, 기성 종교 혁신을 촉진하고, 사회변화를 일으킨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정치결사들이 시민들의 지지를 획득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공동체는 활력을 띠며, 발전한다. 20세기후반 유럽, 호주에서 등장했고, 2012년 한국에도 탄생한 녹색당은 기성 정치 질서에 도전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새종교 원불교와 새정당 녹색당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인간과 자연, 생명과 우주의 관계를 살피는 연기론은 생태적이다. 원불교 핵심 교리 '사은(四恩)'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이다. 원불교 신앙은 '사은보은'으로 나타나며, 이는 녹색의 정치적 실천과 만난다. 〈금강경〉에서 인상(人相)을 경계하였듯이 금수초목의 소중함을 설파한 원불교의 동포은은, 생태적 지혜와 동물권을 말하는 녹색당 강령과 이어진다.

또 수자상을 경계했듯이, 원불교 사요 '지자본위'는 과거 불합리한 차별 조목으로 '노소' 차별을 말한다. 녹색당은 당내 공식조직 청소년 녹색당이 있으며, 전면 추첨인 대의원 10%를 청소년 포함한 소수자에 할당한다. 중학교 2학년 15세 대의원을 볼 수 있으며, 청소년 시민권 보장을 위해 지난 총선에서 선거권 만16세, 피선거권 만19세를 내걸었다. 현재 선거법상, 중학교 의무교육을 이수하고도 정치적 기본권인 투표를 할 수 없다.

녹색당은 의사결정기구를 여성 50%이상으로 구성하며, 주요 당직을 여남공동으로 운영한다. 제도와 함께 문화도 여성 친화적이다. 한국정당 유일하게 여성 당원이 더 많을뿐더러, 주요 당직자들도 여성이 많다. 평등문화는 당내 중요 의제다. 이는 수 천 년간 누적된 여성 억압의 역사를 바꾸는 적극적 실천이다. 원불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수위단을 여남동수로 구성한다. 현재 원불교 행정수반 교정원장과 사법수반 감찰원장이 여성인데 타종교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원불교 사요는 평등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과거 불합리한 차별 제도로 '남여차별'을 명시한다. 20세기 초반 시대상을 고려하면 혁신적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표어는 물질에 종속되는 삶을 넘어, 파란 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 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는 전환을 말한다. '자(資)'가 '본(本)'이 되는 질서를 개벽하고자 한다. 녹색당은 성장과 물신주의, 경제 지상주의를 넘어 탈성장과 생명의 정치를 추구한다. 보편적 인권을 넘어 소수자, 생명, 자연을 옹호하며, 성장의 생태학적 한계와 현재 인류의 삶을 성찰한다.

한국 녹색당은 2001년 출범한 세계녹색당과 기존 국익 중심의 안보관을 넘어, 국가를 가로질러 광범위한 비폭력 세계평화를 추구한다. 원불교의 사은보은, 종족의 차별을 넘어선 사요의 대세계주의는 동원도리, 동기연계, 동척사업의 삼동윤리이자,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이다.

원불교는 한국인만을 위한 종교가 아니다. 녹색당도 물론이다. 녹색당은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과 낙관을 잃지 않으며 비폭력과 평화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꿀'것이라 한다.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원망생활보다 감사생활로, 폭력보다 사은보은으로 '제생의세'하고자 하는 원불교. 녹색당은 지난 총선에서 18만표, 0.76%를 얻었다. 원불교도 통계청 인구 조사를 하면 비슷한 소수종교지만 지난 100년간 한국 사회에서 '작지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100주년을 맞아 한국 사회 근현대 아픔을 치유하는 천도재를 지냈으며, 지속가능한 지구공동체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100개의 햇빛교당을 설립했다.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현재의 문제에 맞서 미래를 그리는 원불교는 종교의 수레바퀴를, 녹색당은 100여개 국가의 세계녹색당과 정치의 수레바퀴를 굴릴 것이다. 새 종교와 새 정당이 함께 선정덕치를 이루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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