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진급시험으로 시작한 기도정진
조급하게 생각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면
이루고자 한 서원, 행복도 따라 온다

▲ 이홍희 교도/인후교당
기도정진을 하게 된 것은 아들이 진급시험을 앞두면서이다. 아들은 진급시험을 치루기 위해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독서실에서 날밤을 새며 공부했다. 그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즈음 교당에서는 '원불교100년 성업 및 자신성업봉찬을 위한 반백일기도'를 앞두고 있었다. 나는 '이 때가 기회다' 싶어 아들을 위해 일원상 부처님 앞에 기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불교100년성업대정진기도에 아들의 승진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믿음으로 기도에 임했다. 하다 보니 '선·유무념·의두 정진'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2월22일부터 새벽에 시작한 기도는 쉽지 않았다. 새벽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고, 교당에 가기까지 살을 베는 듯한 추위도 만만치 않았다. 퇴굴심이 날 때마다 나는 마음을 챙기고 목적을 반조했다. '한 번 서원을 세워 시작한 일이 아닌가? 죽기로써 하자고 다짐한 일인데….'

때로는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러면 '이홍희! 너 이러면 안 되지 않아?'하는 내 안의 음성이 들릴 때마다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찬물로 머리를 감고 교당을 향하곤 했다.

나는 아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를 했다. '언제 어디서나 맑고 밝고 훈훈한 사람이 되고 사회와 몸담고 있는 회사와 국가를 위해 봉사할 줄 아는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원망심으로 가득한 나는 법신불 사은 앞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불제자 이홍희는 그간 법신불 사은에 배은하며 사은님의 뜻이 아니고 내 생각대로 살았음을 참회기도 합니다.'

입춘은 지났으나 엄청나게 추운 새벽시간을 이겨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를 이겨내고 기도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은 마음이 개운하고 생활에 활력이 됐다.

기도를 올리던 날, 나는 어떤 일이든지 사심없이 해야 한다는 것과 모든 원인은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방만 탓했던 내가 기도를 통해 참회하면서 어느 날 기도를 하며 눈물이 흘렀다. 이러한 체험을 한 뒤로 나는 '교무님 말씀 잘 받들기'를 유무념 조목으로 삼았다.

그러던 중 우리집에 '원기100년 맞이 구정 가정독경'의 순번이 됐다. 그런데 이날이 아들 시험일이었다. 나는 '이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고 사은님이 함께하고 있다는 증표이다'고 생각했다. 아들의 시험시작 시간에 맞춰 경종10타가 울렸다. 이런 우연은 사은의 위력이란 생각에 기쁘기 한량없었다.

시험을 치룬 아들의 모습은 담담해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험을 준비하고 마칠 때까지 우리 가족 모두 최선을 다했다 싶어 겸허하게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하는 날이 됐다. 오전11시경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의 첫마디 "아빠!" 하는 소리에 '되었구나'하는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과 동시에 "저 합격했어요!"하는 아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사은님 감사합니다!" 하고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이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고, 그날의 기쁨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통쾌한 순간이었다.

아들은 승진 후 직장 내부 인사규정에 따라 도내를 떠나야 하는 형편이었다. 어디로 발령을 받아 이동을 해야 되는 걱정이 됐지만, 걱정은 걱정일 뿐이지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다시 사은에 맡기고 '더욱 더 정성을 모아 기도를 열심히 하자'고 서원을 굳건히 세웠다. 이후 아들은 본사로 발령을 받게 됐고 열심히 근무 중이다.

원기100년에는 일원상 진리부처님과 대종사님이 내 삶에 커다란 선물 세 가지를 주었다. 첫 번째는 아들을 승진시켜 주었고, 두 번째는 나에게 '홍산'이라는 법호를 주었고, 세 번째는 살고 있던 집을 팔고 새 터전을 마련하게 한 은덕이다. 이생에 잊지 못할 한량없는 은혜이다.

지금도 계속하고 정진 중인 새벽기도는 내 자신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업장이 소멸되어 감을 느끼게 했고, 경계를 당해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지혜를 주었다. 그 가운데 공부의 표준도 세우게 됐다. '일에는 조만이 있을지언정 이뤄지지 않는 일이 없다'고 한 정산종사의 법문을 마음에 새기면서 무슨 일을 하던 여유를 가지게 됐다. 일이 잘 안될 때는 '지금은 때가 아닌가 보다' 하며 좀 더 정성을 쏟게 됐다.

기도는 원력을 세우고 정성이 깃들고 사무쳐야 위력을 얻을 수 있다. 조급하게 생각 말고 끊임없이 기도를 올리면 언젠가는 이뤄진다. 나는 이제 기도를 유무념 공부 삼아 정진 적공하면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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