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저술로 읽는 교사〉

▲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 〈우당수기〉를 지은 서대원 대봉도
수행인의 노트는 구도역정기(求道歷程記)의 성격을 띤다. 편편 법문, 감각 감상, 잠언 금구(箴言金句) 등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욕심이 담박해진 무심도인(無心道人)이 되면 주변사를 정리하면서 이들을 소각해 없애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단으로 봐서는 교단사의 한 면이 사라지는 셈이다. 동서고금의 도덕가에서 가르침을 남기지 않은 큰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대원(圓山 徐大圓, 1910~1945)대봉도의 기록인 〈우당수기(愚堂手記)〉를 읽으면서 느끼는 다행감이 그러하다. 그의 모친인 박도선화는 소태산 대종사의 큰 누이므로, 대종사와 숙질간이다. 천성이 침착하고 총명했으며 원기14년(1929) 출가하여 정남(貞男)으로 수행에 힘쓰고 고경에 특출한 조예를 보였다. 1940년 〈정전〉 편수위원의 한 분이었고, 〈대종경〉 신성품 18장에서는 정산종사(송규)·주산종사(송도성)와 더불어 대종사의 법을 이을 인물로 회자되었음을 말해준다. 물론 신(信)을 바친다는 뜻에서 신체를 손상하여 대종사의 엄책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철저한 수행인이었다.

〈우당수기〉는 가로 15cm×세로 23cm 크기의 114쪽의 노트기록으로, 대종사 열반(1943)경부터 자신의 열반(1945) 당대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구성은 123개 번호를 붙여가면서 시문(詩文) 등의 자작문, 대종사 법설 초록, 독서록, 교법에 대한 변증문, 잡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나타나는 교리는 일원상과 삼학·사은 등이 갖춰져 있으며, 이를 해설변증하는 관심을 보인다. 아울러 탐독했던 서적이름을 적고 있는 등 사색의 세계가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교서인 〈불조요경〉에 수록된 〈현자오복덕경(賢者五福德經)〉과 〈업보차별경(業報差別經)〉 등은 서대원대봉도가 역출(譯出)한 고경이다. 〈대종경〉에는 천도(薦度)문제 등 그와 관련한 법문이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그의 맑은 독경소리는 대종사로부터 "천도가 절로 되는 듯하다"라는 감탄을 받은 바 있다.

〈성가〉 53장 '스승님을 뵈옵던 그날부터'(추모의 노래) 역시 그의 작사이다. 애틋하고 인정깊은 노랫말이 원불교인의 심성을 가꾸어 왔다고 한다면, 그 정신세계의 일단을 이 〈우당수기〉는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원광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