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교도/여의도교당
지난 주 〈원불교신문〉에 '성주사드배치반대'기사가 1면 톱으로 나왔다. 성주포대에서 초전면 모 골프장으로의 이전을 반대한다는 기사였다. 왜냐하면 성주 초전면 골프장인근이 바로 우리 원불교 2대 종법사를 역임한 정산 송규 종사 탄생성지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법회가 끝나고 회의실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 기사를 놓고 사드 배치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첨예하게 맞섰다. 사드가 뭐라고 국민들과 도반들을 이렇게 두 편으로 나누어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가? 세상에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어쩌자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서로 틀렸다고 맹공을 가하는 것일까?

'좀비(Zomie)'와 '님비(Nimby)'라는 말이 있다. '좀비'는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고 한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투여해 되살려낸 시체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그 좀비라는 귀신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날뛰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님비'는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Not In My BackYard)'의 줄임말이다. 그야말로 지역 이기주의 현상의 일종이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핵폐기물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매립장, 화장장, 범죄자 수용소, 정신병원 등 혐오시설이 유치되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의 한 양상을 말한다.

즉, 이들 혐오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나 아닌 남의 뒷마당에 설치되기만을 바라는 자기중심적인 공공주의 결핍증상으로, 이러한 현상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원불교에서 성주군 초전면에 사드 포대 설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님비 현상일까?

'사드(THAAD)'는 미국의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미사일방어의 핵심 무기체계다.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라고도 한다. 사드는 포물선으로 날아오다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종말단계의 적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km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체계다. 사드의 각 포대는 6기의 발사대, 2식의 화력통제 및 통신장비, 2식의 AN/TPY-2 레이더, 48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되어 있다.

2014년 현재 미국은 5개 포대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사드의 한국 배치를 미국은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걸 중국과 러시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소설가 김진명씨가 2년 전 쓴 장편 소설 <THAAD> 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드는 전쟁이다.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나라다"라고.

지난 7월8일 우리 국방부는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며칠 뒤 경북 성주로 배치 지역이 확정 발표됐다. 그 후 나라는 이러한 과정에서 엄청난 찬 반 논쟁에 휩싸여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고 주한미군의 북한에 대한 미사일 방어 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드는 오로지 한국을 위한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격용이 아니고 방어용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는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안보를 위해 사드 보다 나은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 아마도 대통령은 사드가 북한의 전쟁 도발 억제를 위한 만능의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옛날, 전쟁으로 나라를 통치하고 유지했던 고대 시대에도 왕조들은 전쟁을 피해서 나라를 유지하고 키워나가기 위해 많은 관료들을 적국에 파견해서 협상과 설득을 했다.

왜? 창과 칼 등이 주요 무기였던 시대에도 전쟁은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승자나 패자나 엄청난 나라의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물며 최첨단의 무기로 무장한 지금의 시대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드만 배치하면 대통령의 생각대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까? 그리고 정말 미국의 속셈도 우리와 같을까? 정부는 사드 배치의 진정한 이유를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 즉, 북한의 핵억제와 무력도발에 대한 방어목적보다 더 우선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들 한다. 국제 사회의 선린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오늘의 우호관계 혹은 적대 관계가 내일은 적대 혹은 우호 관계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생각하는 북한의 붕괴나 전쟁을 통한 그런 방식의 통일은 어쩌면 쪽박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통일을 위해 북한이 좀 더 중국만치라도 개방적이 되게 노력해야 된다. 사드 같은 것을 배치해서 "까불면 죽인다"는 식의 전쟁 연습 방식이 아닌, 사람들이 오가고 물자가 오고 가는 교역의 기초를 다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한 10년 전에 나는 금강산에 가서 대규모 '해원·상생·통일을 위한 대기도식'을 거행한 바가 있다. 우리들의 정성이 모자라서인지 그 동안 통일은커녕 금강산과 개성공단까지 폐쇄되고 말았다. 이제 정말 핵폭탄과 사드라는 창과 방패를 가지고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만약 실수로라도 날아오는 핵폭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지금 사드로 인해 우리 국민들 사이에 좀비라는 귀신과 님비라는 이기주의가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물러서야 그나마 파국을 면할 수 있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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