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환경연대가 지난해 영덕군청에서 영덕 신규핵발전소 백지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6년 대한민국 핵발전소를 둘러싼 최대의 현안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포화상태에 이른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문제이고, 또 하나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문제이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구성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 기초하여 만든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하여 이제 막바지에 이른 상태이다. 정부나 한수원 관계자들은 법령이 제정되면 '법대로' 밀어붙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겠지만 원전인근 지역주민이나 환경활동가들은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벼르고 있어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 부산지역의 신고리 5, 6호기 건설승인은 정부의 원전확대정책이 얼마나 끈질기고 단호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동해남부해안에는 핵발전소가 14기나 몰려있는 세계 최대의 핵밀집지역이다. 여기에 다시 신규 원전 2기를 더한다는 것인데 가관인 것이 작년 6월에 노후된 고리 1호기의 두 번째 수명연장을 시민들이 강력히 반대하자 못 이기는 척 '폐쇄결정'을 내리고 1년 후에 슬그머니 그보다 5배나 용량이 큰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승인을 해주었다. 시민들의 안전은 아랑곳 않고 이토록 핵발전소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전 정권에서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공론화하게 되면 핵확산 정책에 악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핵페기물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어쩔 수 없이 공론화위원회를 띄우게 된다. 하지만 위원회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진정으로 공론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전혀 읽을 수가 없다. 대부분 찬핵논리를 펴는 인사들로 채워져 있고 그나마 시민사회단체 몫으로 남겨두었던 것마저 당사자들이 출범식 하루 전날 사퇴함으로써 애초부터 공정성을 포기한 채 시작하였다. 여기에 정부는 원전이 있는 지역으로부터 2명씩 선발하여 '공론화지역특별위원회'라는 것을 부록처럼 만들어 공론화위원회와 함께 운영하였다.

위원회는 18개월간의 '조용한' 활동 끝에 권고안을 내놓는다. 내용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2020년까지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2051년까지 영구저장시설을 지어야 하며, 포화상태에 직면한 현재의 핵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해 기존의 원전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짓는다는 것이다. 이 권고안은 수많은 비판을 받아야했다. 먼저 2020년까지 부지확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산자부 최종안에는 12년의 부지선정 기간을 산정하여 넣고 건설기간 7년을 합해 2035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건설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말이 중간저장시설이지 사실은 영구저장시설이나 마찬가지다. 향후 20년 내 사실상 영구저장시설을 확보한다는 것은 3, 40년이나 걸린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하여 너무 촉박하게 잡은 감이 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포화상태가 임박한 원전지역에 주민동의도 없이 임시저장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공론화위원회에 지역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처음부터 기존 원전부지에 임시저장시설을 지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공론화를 추진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은 지금 '원자력문화재단'에서 나오는 돈 팔천만원을 가지고 지역에 '에너지시민소통포럼'이란 것을 만들어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유치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경주의 경우는 중저준위폐기물 저장시설을 지을 때 특별법으로 같은 부지 내에 고준위폐기물저장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명문화해놓고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 다른 지역들도 기존원전부지에 고준위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당연시하고 있는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물론 원전이 없는 지역에 사는 국민들은 '이왕에 버린 몸' 폐기물까지 감당하는 것이 합리적이 아니냐고 물을 것이나, 원전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원전으로 인해 끊임없는 갈등에 휩싸여 살아야했고,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옥토에 수십만 년 동안 격리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을 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원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역농산물의 브랜드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마당에 핵폐기물까지 떠안으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생각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임시저장시설을 밀어붙인다면 틀림없이 성주군의 사드사태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임시'이니 영구처분장이 건설될 때까지 참아달라는 것이지만 주민들은 그동안 수없이 약속 위반을 한 정부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엄청난 물량공세로 주민들을 설득하려 하겠지만 이것도 이미 관성이 붙어 잘 먹힐 것 같지 않다.
▲ 신고리5·6기 허가문제를 역설하는 황대권 상임대표.
신고리 5, 6호기 건설승인 문제

지난 6월23일 오전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앞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탈핵활동가들이 탈핵한마당을 열고 있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승인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필자 역시 새벽부터 영광에서 올라가 힘을 보탰다. 마이크를 잡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마피아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방청객으로 참가한 활동가로부터 방금 건설승인이 났다며 연락이 왔다. 허탈했다. 이날의 결정으로 노후한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시킨 부산울산경주지역 시민들은 또 다시 바빠졌다. 승냥이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난 격이다.

먼저 이미 그 지역은 세계에서 원전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2기를 더 건설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모두들 말하고 있다. 반경 3.5Km 지역 안에 원전 10기가 몰려있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세계 원전의 평균이 같은 면적 안에 2.4기인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갈 것이다. 원안위는 표결 당시 원전밀집지역의 사고시 안전성 문제를 검증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도 승인을 했다. 일단 건설을 하면서 검증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란다. 원전 근처에 380만 명의 시민이 살고 있는데도 이런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밀어붙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그것이 2016년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두 번째로 한수원은 승인이 나기도 전에 이미 공사를 하고 있었다. 불법이다. 무조건 저질러 놓고 이왕 이렇게 된 것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이 정부가 늘 쓰는 수법이다. 물론 설득은 주로 돈으로 한다. 돈으로 사람 버리고, 절차 무시하여 민주주의 훼손하고, 안전성 확인 없이 저질러 상시적인 재앙의 두려움 속에 살아가도록 만들고 있다.

세 번째로 그 일대는 활성단층이 60여개나 있는 부적합지역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 마침 지난 8월5일 울산 일대에서 진도 5.0의 지진이 일어나 사람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진도 7.0의 지진까지 있었다고 하니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네 번째로 신고리 5, 6호기에는 핵연료봉 저장수조가 2개나 설계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아마도 핵폐기물 포화상태를 대비하여 그리한 것 같은데 어림없는 꼼수다. 문제는 이 저장수조에 격납시설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적의 미사일이 두렵다면 당장에 식히고 있는 모든 사용후 핵연료를 격납시설에 가둬야 한다.

다섯 번째로 지금까지 원전건설의 거의 모든 과정에서 그러했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다. 도대체 한 줌도 안 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표현이 '확률론적 위험성'인데 확률적으로 따져도 10기가 몰려있는 부산울산지역은 6기가 몰려있는 후쿠시마보다 40배나 위험하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보고에 대답은 안 하고 시민들에게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말하고 있다.

전력이 모자라는 것도 아닌데 이런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그렇게 급히 승인한 이유는 하나 밖에 없다. 정부가 핵마피아의 주술에 사로잡혀 있거나, 핵마피아의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황대권 상임대표는 현재 전남 영광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태운동가이자 탈핵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수감생활의 고통을 여동생에게 편지로 쓴 책 〈야생초 편지〉를 비롯해 〈고맙다 잡초야〉,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현황과 문제, 그리고 탈핵운동의 대안을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아울러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과 영광 한빛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위험성 등을 짚어본다. '핵발전소, 사후 대책은 없다'를 주제로 4주에 걸쳐 탈핵전문가 특별인터뷰와 기고의 글을 싣고, 원불교 탈핵의 역사와 현장을 찾아가 본다.
1주 탈핵전사 김익중 교수 특별인터뷰
2주 황대권 대표의 핵폐기장 건설 문제점
3주 원불교탈핵의 역사와 미래대안
4주 200회 탈핵순례현장을 찾아서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