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여행하다 우연히 만난 종교 성지. 발길은 자연스레 성지 안내소로 향한다. 길 위를 걷는 여행자에게 최고의 가이드는 안내책자.

'잘 만들어진' 안내책자는 낯선 종교에 대한 첫인상을 좋게 한다. 다국어 안내서라면 더할 나위없다. 그만큼 낯선 사람과 장소를 대할 때 느끼는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소통의 시작이고, 한번 형성된 첫인상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꿈꾸는 원불교의 총본부, 익산성지의 안내실 상황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성지를 소개할 만한 자세한 안내책자가 충분치 못하다. 영문으로 된 리플릿은 최근에서야 약식으로 만들어졌고, 일어와 중국어 리플릿은 아예 없다. 월~금요일까지 안내실을 맡고 있는 이도원 교도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원불교 성지 아닌가. 누가 올지도 모르는데 준비 없이 맞이한다면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총부를 예방하는 내빈을 제외하면 안내실은 첫 번째 교화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거나 전화하여 묻는다. 원불교는 어떤 종교인지, 이곳은 어떤 성지인지,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며 누가 사는지에 대하여. 아주 기본적인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콘텐츠다. 여기에서 원불교에 대한 이미지가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도맡아 소리 없는 변화를 시도해 가고 있는 이도원 교도의 교화 열정이 반갑다. 이를 소개하며 성지 안내실의 역할을 돌아본다.

그는 폭염이 극심한 올 여름, 안내실을 오가는 택배와 우체국 기사들을 위해 매일 시원하게 얼린 생수를 나눴다. 그가 건넨 생수 한 병이 이들에게는 "원불교 사람들은 참 편안하고 좋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 교도는 "생수 한 병을 건네는 것이 간단한 것 같지만 매일매일 지속하면 큰일이 되고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연말에는 이들에게 감사카드와 선물도 전한다. 그가 나눈 마음이 민들레 홀씨가 되어 어느 곳에서 교화의 꽃을 피울지 모를 일이다.

그는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내는 일, 물건을 보관하는 일 외에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 했다. 방문객들의 쉼터가 될 수 있게 간단한 사탕과 차를 비치해 두고, 늘 청결함을 유지하며 미소로 화답하는 그. 다만 바람이 있다면 다국어로 된 안내책자와 더 나은 성지 안내를 위한 성지해설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성지 안내실은 불특정다수를 상대하는 교화지이다. 이곳에서 받은 첫인상이 성지 전체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 그러한 사명감으로 일하기에 나눔이 있는 그의 하루는 매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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