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달라졌다. 계절과 계절이 오가는 중간이 없어졌다. 뜨거운 지구에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 같던 가을이 왔다. 대각지 노루목사이 팽나무 잎들을 제 마음대로 시원스럽게 나부끼는 바람소리가 청명하다.

혹서(酷署)에서도 정관평의 벼들은 온전히 익어가고 있다. 천지자연은 어떠한 경우라도 만물을 살리고 있구나! 지극히 정성스러운 천지의 도를 되새기게 된다. 모든 일을 할 때 간단없이 시종이 여일하게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 하루를 어떤 마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가을의 청명함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교도정기훈련시간 작업취사반에서 교도들과 함께 공부하다보면 정성스럽게 공부심을 챙기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가르치는 공부가 가장 잘 배우는 공부라고 했던가? 서로 잘 배우고 잘 가르치기 위해 분발심을 내본다.

분반훈련과목은 삼대력 자기점검 후, 부족한 점수에 따라 그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선택한 반끼리 모인다. 10여 차례 넘게 매회 100여 명의 교도들과 자기점검을 해본 결과, 정신수양과는 22%, 사리연구과는 70%, 작업취사과는 8%정도의 분포도로 분반이 나뉘었다. 가장 부족한 과목은 연구과였고, 가장 잘하고 있는 과목은 취사과로 나타났다. 이 나뉨은 삼학병진의 원만한 공부를 위해 어느 한 과목도 소홀함 없이 더 공들여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작업취사반에 모인 공부인들의 공통된 질문은 "어떻게 해야 취사력(실행력)이 생기나요? 하다 말다 하다 말다 죽기로써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 작업취사공부의 근간은 일원상 진리다. 그리고 사은이다. 왜? 삼학공부를 하는가? 그 근본적인 물음의 답은 우리 삶이 일원상의 진리 안에서 순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원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그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들이 행복해야만 나의 행복도 보장이 되는 것이다.

왜 마음공부를 하는가? 행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행복은 모두가 행복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 존재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혹은 우리는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마음공부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뚜렷해진다. '모두를 위한 것!' 소태산의 정신개벽서원에 맞춰보면,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오늘 나는 작업취사 즉 삼대력 공부를 하는 것이다.

정신개벽서원과 사은신앙의 믿음이 충만 될수록 작업취사공부하기가 쉬워진다. 실행방법인 상시일기는 해야 할 공부가 아니라 하게 되는 공부가 된다. 하다 말다 해도 괜찮다. 정확히 내비게이션을 찍었으면 좀 쉬었다 가더라고 방향은 가고 있으니까.

/국제마음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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