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저술로 읽는 교사〉

▲ 정산종사 저서 〈건국론〉의 표지와 속지.
8.15해방(1945)은 원불교 교단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온다. 교리·제도의 정비는 말할나위 없지만 서울·부산·익산 등지에서 전개한 전재동포구호사업은 대사회적인 시의성이 크고 인적·물적 자원을 필요로 했던 만큼 재가출가 교도들이 대거 동원된 거교적인 사업이었다. 해방공간 3년이라는 용어처럼 혼돈과 무질서 속에 국민은 신생국가의 출현을 염원하고 있었다.

이해 10월에 정산종사의 〈건국론(建國論)〉이 발표된다. 4×6배판 프린트본 36쪽의 책자이다. 이에 국가건설의 대강을 밝히고 있으니, 이 방면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제 8장의 구조를 살피면 일목요연한 체계가 드러난다.

1장 서언, 2장 정신(마음단결, 자력확립, 충의봉공, 통제명정, 대국관찰), 3장 정치(민주국건설, 중도주의, 시정간명, 헌법엄정, 훈련보급, 실력양성, 종교장려), 4장 교육(초등교육 의무제, 중등전문대학의 확장, 정신교육의 향상, 예의교육의 향상, 근로교육의 실습), 5장 국방(국방의 정신, 국방군과 북방의 시설, 국방군의 본분), 6장 건설·경제(전기공업의 증강, 지하자원의 개발, 운수교통의 개수, 농지와 산림의 개량, 위생보건의 설비, 국영과 민영, 노동력의 증강, 독선생활의 방지, 공익재단 건설, 저급생활의 향상, 일산의 처리 취사선택, 긴급대책), 7장 진화의 도(공로자 우대, 발명자 우대, 기술자 우대, 영재와 외학장려, 연구원 설치, 세습법 철폐, 상속법 제한), 8장 결론(정책의 요지, 동포에게 부탁하는 말)이다. 그리고 건국 3기(정치: 훈련기, 정리기, 완성기, 경제: 각계급 진력기, 국가집중기, 생활평균기)와 요언 21조를 부록하였다.

길지 않은 저술에 국가건설의 요체가 확실히 드러난다. 사학자 강만길박사는 "학계에서 〈건국론〉을 간과한 것은 잘못"이라 전제하고, "저술이 이루어진 바탕을 살피면, 조소앙(趙素昻, 1887-1958) 등의 건국이념이 전해지기 전이니, 아무래도 도통(道通)으로 이룬 역작이 아닌가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오늘 일제강점기에 연유한 남북분단이 계속되는 가운데 통일과업이 민족 비원(悲願)으로 남아 있다. 이를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합창하고 있는데, 일찍이 〈건국론〉이 건국정신으로 제시하고 있으니 그 관점에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이 저술이 현재 진행 중의 건국보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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