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공동체 관심이 설아다원 차 공동체로 정착
유기농,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이 허락한 범위에서만

해남은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마을로 유명하다. 이러한 해남을 유기농 차로 더욱 유명하게 빛낸 곳이 있으니 오근선(55·법명 우선·해남교당)·마승미(46) 부부가 운영하는 설아다원이다.

향기나는 싹의 동산이라는 의미를 가진 설아다원은 부부가 20여 년 전 잡초가 우거진 땅에 터를 잡고 땀 흘려 가꿔 지금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 명소'의 반열에 올렸다.

"지금의 설아다원이 있기까지는 젊었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공동체 삶에서 비롯됐습니다. 몇 번의 공동체 삶을 직접 겪으면서 차 농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고등학교 때부터 공동체 관심이 많았던 오 교도는 밭농사를 중심으로 한 두레 공동체, 벼농사 공동체, 차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비로소 지금 이 곳 설아다원에 정착하게 됐다.

"여러 공동체 생활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설아다원을 만들었지만 하나의 공동체로 서로가 대소사에 협력하고 애경사를 돌보는 그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꿈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꿈은 설아다원에서 계속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25년 전 남편을 만나 결혼한 마승미 씨도 문화공동체에 관심이 깊다. 그는 남편과 설아다원을 운영하면서도 해남군 축제, 북일면 축제, 삼성리 마을행사 등 축제와 행사에 빠지지 않고, 그가 지도하는 두레 풍물단을 이끌고 참여해 왔다.

"그동안 공동체 삶을 살아본 경험에 바탕해 다원을 넘어서 마을과 마을, 지역과 지역 모두가 하나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우리가 지역을 위해서 마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이죠."

또 매주 1~2회 '설아 문화학교'를 열어 아내는 판소리를 남편은 고수로 다원의 방문객들에게 유기농 차 시음과 함께 남도만의 전통 소리를 알리기도 한다. "지역에 의미있는 행사 참여와 더불어 매주 남도민요와 판소리, 가야금, 국악체험 등을 열어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교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단순히 차를 재배·생산하는 곳이 아닌 차를 통해 전통을 살리고 다양한 교류를 펼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설아다원이 문화교류의 장으로 한발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은 오우선 교도의 정직한 유기농 차 경영재배 덕분이다. 그는 차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차밭에 자라는 잡초조차도 그대로 둔다.

"여기서 키우는 차나무들은 모두 자연 그대로 키우고 있습니다. 자연에는 물길 하나라도 그냥 난 것이 없죠. 제가 처음 차 밭에 와서 차농사를 시작했을 때도 비료나 농약은 물론 조금의 지형변화도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군데군데 소나무와 단풍나무, 목련 등이 차밭 가운데 심어졌는데 이 역시도 자연 생태계를 위한 것이었다.

"자연에서는 나무든 풀이든 모두 하나하나 서로 의존해서 삽니다. 차밭은 음수에 속합니다. 소나무는 양수이기 때문에 햇볕을 잘 받아야 건강하고, 차밭은 그늘에서 자라서 아미노산 등 좋은 차맛을 낼 수가 있죠. 나무와 차밭은 서로가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가 하는 일은 다만 가끔씩 차나무를 타고 올라오는 넝쿨을 치워주는 일이다. 이것도 그는 '차밭 편들어주기'라고 부른다.

"다양한 풀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맞춰 살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아요. 그만큼 땅이 풍족하고 건강하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땅에서 자란 차라야 건강하고 좋은 차가 됩니다."

차 생산량에 대해서도 그는 자연에 맡기는 편이다. "차밭은 전부해서 26446㎡여 되는데 100g 기준으로 1년에 1번 천통만 생산합니다. 보통 비료와 농약을 투입하면 1년에 4회(4천통)는 수확할 수 있지요. 하지만 사람 중심이 아닌 자연에서 허락하는 범위에서만 수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가 말한 유기농이란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사람이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사람도 그만큼 자연에 되돌려주고 보호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좋은 차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비결이었다.

유기농 차 재배와 다양한 문화로 마을과 지역을 넘어 이제는 대한민국 명소로 자리잡은 설아다원. 이들 부부에게 남은 소원은 이러한 전통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몇 세대씩 대를 이어오는 와인 농장과 같이 설아다원이 좋은 차와 힐링의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도움되는 명소로 성장해가길 바랍니다. 더불어 남도의 좋은 전통문화도 함께 제공해 그 명맥을 이어가 설아다원 자체가 차와 문화로서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하는 게 저희의 염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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