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선 교무 / 안양교당
추석에 합동향례를 올리고 30여분 되는 가족이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몇 해를 거듭하다보니 명절에도 식사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식당으로 단골이 되었다.

도보 순례 중에 비에 젖은 옷이 세탁은 물론 건조까지 되어서 나오니 금새 다시 입을 수 있어 감사했었다. 대학로를 거닐다 색다른 가게 앞에서 멈추었던 적이 있다. 커다란 기계만 3대가 놓여있고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두리번거리다 안내문을 자상히 읽어보니 동전을 넣으면 이불이 세탁되고 건조되어 나온다고 되어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좋은 세상 아름다운 인연들의 성혼을 위한 결혼 정보회사들도 많다. 가족을 만드는 기업인 셈이다. 영유아를 위한 전문시설들도 직장을 다녀야 하는 엄마들에게는 고마운 곳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전문시설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가족 같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집 밖만 나가면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맘만 먹고 나서면 곳곳에 설치된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건강도 지켜주고 삶에 활력을 되찾아 주곤 한다.

도서관 업무를 봤던 때가 있었다. 지역적 한계도 보수도 기우일 뿐이었다. 사서를 찾는다고 사이트에 올리자마자 수십 명이 서류를 보내왔다. 1차로 자기소개서 등을 출력하여 보고 나서 5명에게 연락하여 면접을 보았다. 그렇게 만났는데 참 좋은 인연이 되어 원불교에 입교까지도 하고 재미나게 지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정말 시공간을 초월해서 편리하고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원하는 것을 쉽게 언제든지 얻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될까 싶은 삶도 있다. 하나둘 늘어가더니 벌써 보편적인 삶의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란,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신조어로 배우자의 자유와 자립을 존중하며 일하는 삶에서 보람을 찾으려는 자녀 없는 부부를 말한다. 통크족은(Two only no kids)의 약칭으로 자녀에게 부양받기를 거부하고 부부끼리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세대를 말한다. 손자·손녀를 돌보느라 시간을 빼앗기던 전통적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상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하는 이른바 신세대 노인층을 말한다.

소태산 대종사가 원불교를 개교하며 천명하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하고 다시 또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장에서 정신개벽의 선도자가 되기를 당부한 경산종법사의 법문을 다시 새긴다. 현대 사람은 모든 물질을 발명하고 제조하는 기술적 정신은 한량없이 개벽되어 편리한 세상이 되어가나 그 물질을 구하고 사용하는 정신은 어떠한가?

현대를 문명시대라고는 하지만 인류 생활은 평화스럽고 행복해야하는데 인심은 오히려 야박해지고 세상이 험난한 것은 대부분의 원인이 물질을 구하다가 생기는 일로써물질문명이 빚어내는 향락 생활에만 만족하여 기울어져가는 세도인심을 바로 잡는 정신개벽에 등한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필코 정신을 개벽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한없이 편리한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정말 안녕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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