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대상이며, 직무상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진출처=SBS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에 합헌 결정
대가성 없어도 100만원 넘으면 처벌
반부패정책 핵심인 이해충돌방지법 빠져

김영란법이란
김영란법이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2012년에 제안된 이후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15년 1월8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2015년 3월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해 3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2016년 5월9일 시행령이 입법예고 된 이 법안은 올해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기자협회, 인터넷언론사,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이 2015년 3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헌법재판소에 네 건의 헌법소원을 냈으나 2016년 7월27일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쟁점은 네 가지 이유였다. 최대쟁점은 민간인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공직자 등'으로 보고 법을 적용하는 것이 언론·사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다. 말하자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은 공직자로 분류되지 않는데, 민간인에게 공직자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 앞에, 그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또 다시 제정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말하자면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유를 침해해 상시적인 사찰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헌법에서 부여한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또한 부정청탁의 개념 등 법 조항이 모호한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하는지, 3만·5만·10만원 규정이 법정주의에 위배되는지의 여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부정청탁의 개념을 인가·허가 직무처리, 채용·승진의 인사처리, 사건의 수사·재판 업무처리 등 14개 조항으로 제시하고, 현재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여러 법령에서 실제 쓰이고 있는 단어로 많은 판례에 등장한다는 점을 들어 합헌을 지지했다. 배우자의 신고의무가 양심의 자유에 침해하는가에 대해서는 연좌제(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도록 해 처벌하는 제도)에 해당하는 것이며 개인의 양심에 어긋나는 점을 들어 역시 합헌을 지지했다.

김영란법이 등장하게 된 배경
2010년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현직 여검사가 변호사로부터 사건청탁을 대가로 벤츠 자동차와 샤넬가방 등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시작됐다. 이에 특임검사가 꾸려져 수사가 진행돼 2011년 12월 28일 특임검사팀은 벤츠 여검사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부산지법 현직 부장판사 A씨가 사건의 핵심인물인 변호사 최씨에게서 170만원가량의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에 대법원에 징계를 요청했다. 부장판사 A씨는 2010~2011년까지 6차례에 걸쳐 최 변호사에게 60만 원 상당의 식사접대을 받고 두 차례에 걸쳐 와인 7병(110만 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현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 평소 친분관계로 몇 차례 식사하고 와인을 받았다는 주장을 고려해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또한 2007년부터 부적절한 관계가 이어진 최 변호사와 이 전 검사는 2008년 2월부터 매달 리스 비용이 475만 원인 벤츠 승용차를 비롯해 법인카드, 샤넬백 등을 주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검팀은 이 모 전 검사, 최 변호사, 사건 진정인인 이 모 씨 등 핵심 인물 3명을 모두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최 변호사에게서 각각 사건 및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현직 검사장급 2명에 대해서는 최 변호사가 청탁을 시도했지만 묵살됐다며 금품 수수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검찰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 벤츠여검사 사건은 무죄 판결이 났고, 김영란 법은 이 사건을 발단으로 뇌물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자는 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당시 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씨가 법을 추진하게 돼 '김영란법'으로 불리게 됐다.

김영란법의 허와 실
앞으로 시행될 김영란법으로 공직자나 언론관계자, 사립교사 등은 직무상의 관계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을 넘어서는 안되며, 직무상의 관계가 없더라도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넘어서는 향응이나 금품을 받아서는 안된다. 말하자면 공직자나 언론인 등은 업무상 식사접대를 받을시 3만원을 넘는 메뉴를 시킬 수 없으며, 굳이 업무상이 아니더라도 친구나 지인들에게 받는 선물도 100만원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 받는 것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권리과 공익의 목적이 상충하는 것으로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또한, 원래 김영란법의 초안은 부정청탁금지와 이해충돌방지를 양대축으로 했다. 이해충돌 방지란 장관이 자녀를 특채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친척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것처럼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정무위원회 심의과정에서 6개월 넘는 논의 끝에 여야합의로 이해충돌방지조항을 빼놓게 됐다.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한 해석의 경우가 많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친인척을 사촌까지 한정하더라도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부터 사립학교 교사, 언론인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대상자가 수백만명에 이르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 규정은 반부패정책의 핵심인데 빠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이나 가족들이 이 조항에 부딪힐 일들이 많아질 것을 우려해서 이 규정을 빼놓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부패의 근원을 없애자는 목적으로 부정청탁금지와 이해충돌방지를 주장하며 만들어진 김영란법이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에게 적용되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외되고 민간인에게까지 적용되기 쉬운 부정청탁금지법만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번 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대중의 시비가 계속되는 것은 이런 문제 때문이다. 자칫 고위공직자들의 지위남용은 어찌할 줄 모르면서 부정청탁이란 법조항 때문에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사들의 권리침해는 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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