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교도 / 여의도교당
사생일신이라는 말이 있다. 시방세계 일체중생을 모두 내 몸 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곧 불보살의 대자대비심을 말한다. 또 시방일가란 말도 있다. 시방일가란 우주 전체를 한 집안 삼는다는 의미로써, 광대무량하고 대자대비한 불보살의 마음을 시방세계에 비유하는 말이다.

불보살은 시방세계를 자기 집으로 알아서 내 집, 남의 집을 구별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 민족 남의 민족의 구별도 없고, 내 나라 남의 나라, 동물과 식물의 차별도 없다. 그런 사람은 원근친소와 자타의 국한이 없다.

그리고 일체 생령을 위하여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하여도 여한이 없다.

이것이 바로 시방일가 사생일신의 심법이다. 원불교의 3대 종법사를 역임한 대산 김대거 종사는 이에 덧붙여 "불원천 불우인하여 내가 누구 때문에 죽고 누구 때문에 해를 당한다는 생각이 없다. 또한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허물하지 않으며 오직 나의 잘못으로 알고 혜명의 등불을 안으로 밝히며, 이해관계를 놓고 여의치 않으면 오히려 해를 내가 받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생이 일신이라는 좋은 예화가 있다. 바로 식물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언어 '긍정고구마' 얘기다. 2014년 8월 25일자 '사이언스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2012년 11월 11일, 프로축구단 포항 스틸러스는 홈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빼빼로데이를 기념하는 특정 상표의 과자 대신 고구마 맛 탕 500인분을 증정한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해 K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이 바로 포항 스틸러스의 '긍정 고구마'였기 때문이다. 긍정 고구마란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 사이에서 행해진 '감사나눔운동'의 상징물이다.

숙소 식당 입구 양쪽에 고구마를 심은 다음 한쪽 고구마에게는 긍정적인 말, 다른 한쪽의 고구마에게는 부정적인 말을 하도록 선수들에게 시켰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고구마에게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좋은 말을 해준 고구마는 발육이 매우 잘 된 반면, 나쁜 말을 해준 고구마는 발육 상태가 나빴던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말의 효과를 직접 확인한 선수들은 서로에게 감사의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팀 분위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결국 포항 스틸러스는 긍정의 힘으로 그해 FA컵 우승까지 차지한다.

식물들은 눈과 귀가 없고 뇌도 없다. 또 고착생활을 하므로 급한 일이 있어도 외출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러 갈 수도 없다. 그리고 신경이 없으니 식물들은 당연히 사람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한다. 그런데 포항 스틸러스 축구단의 경우처럼 식물에게 긍정의 말과 부정의 말을 들려주며 성장 속도를 비교한 실험은 매우 흔하다. 그 실험 때 마다 식물들은 놀라울 만큼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웨스턴대학의 갈리아노 교수팀이 수경재배하는 옥수수에 한쪽 방향으로만 소리를 들려준 결과, 옥수수의 뿌리가 소리 나는 방향으로 굽어 자라는 현상을 확인했다.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식물들은 냄새로써 서로 간의 의사소통도 한다고 한다. 곤충의 공격 등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특이한 휘발성 물질을 발산해 냄새를 풍김으로써 주위에 경보를 발령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을 먹여 살리는 식물에 이 정도의 의사소통 능력도 없을 거라고 여겼던 예전의 믿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어찌 우리가 하찮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고 함부로 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옛 선인들은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않기 위하여 성긴 짚신을 신었다.

이렇게 시방일가 사생일신의 심법을 지니면 진리와 하나 되어 국한이 없다. 국한이 없기 때문에 이 우주에 가득 찬 보물들이 다 나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된다.

몇 년 전 법회시간에 교무님이 '시방일가 사생일신'에 관한 설법을 하다가 느닷없이 나를 보고 "우리 여의도교당의 최고부자는 덕산님이다"라고 하셨다. 우리 여의도교당에는 재물부자들이 많다. 가늠할 수 없는 재벌들도 있다. 그러나 여의도교당의 최고 부자는 나 덕산이다. 나는 여의도교당만의 부자가 아니다. 이 세상 아니 이 우주 안에 제일가는 부자다. 왜냐하면 국한이 없는 사람은 이 우주 안에 가득한 보물이란 보물은 마음껏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찌 이 무한한 보물을 두고 가난하게 사는지 알 수가 없다. 한 마음 깨달아 사생이 일신이고 우주가 일가라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 탓이다. 그 한 마음 깨닫는 방법이 바로 마음공부다. 이 마음공부는 한 번 실력을 얻고 보면 능히 우주만유를 지배할 수 있으며 명예와 재보와 일체 모든 학식을 다 참되게 사용할 수 있다.

누구나 마음공부실력을 갖추면 그 능력이 근원에서 흐르는 물과 같고, 실체에서 나타난 그림자 같아서 그 물과 그림자가 다 참으로 화하게 되는 것이다.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보라. 예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불보살 성현들의 공적을 누가 헐 수 있으며 그 권위를 누가 앗아 갈 수 있겠는가.

이런 불보살들의 명예나 부와 권위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찬란해지고 인간이 깨달을수록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른바 욕심 없는 자리에서 도리어 큰 욕심을 이루게 된다.

우리 이왕 욕심을 부릴 바엔 큰 욕심을 부리자. 그 큰 욕심이 이루어지면 작은 욕심들이야 자연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우리 사생일신 우주일가의 큰 욕심을 부려 이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되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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