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권덕천 덕무 / 영산식품
 
중앙교구에 살면서 많은 교무님들을 만났다. 그 교무님들을 뵈면서 전무출신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배우고, 어느 것이 정의이고 아닌지 알게 됐다. 물론 경계가 적지 않았다. 여러 경계를 지내다보니 이 자리는 덕무가 있을 자리는 아닌 것 같았다. 덕무는 일선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곳에서 봉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사이동을 과감히 내기로 했다.

인사이동서를 내면서 처음 출가할 당시 마음을 생각해봤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출가를 하게 됐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아셨는지 경산종법사께서 올해 '초심을 잊지말자'는 신년법문을 내려주셔서 나에게 큰 용기가 됐다.

올해 나는 '영산식품'으로 발령받게 됐다. 영산식품에 계신 교무님들도 나를 참 반기셨다. 경산종법사께서 법문하신 초심과 함께 '난 큰 인연이구나'고 생각했다. 그것은 식품공학을 전공했고, 특히 발효공학에 관심이 많아 학교다닐 때부터 '하늘이 낳은 가장 큰 식품은 청국장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교단은 어떻게 그것을 알고 나를 영산식품으로 발령을 냈을까' 신기하기만 했다. 여기로 오면서 나는 내 전공을 살려 내가 배웠던 것을 가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영산식품에서 내가 담당하는 것은 영업, 판매, 배달, 개발이다. 처음 갔을 때 열심히 한다고 식품 영업을 열심히 하다보니 판매를 조금 하게 됐다. 그곳 교무님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잘할 것이다'라며 칭찬도 해주시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있다보니 기존의 제품 판매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제품 개발도 중요함을 느꼈다. 뭔가를 개발해야 하는데 뭘할까 하다가 설이 지나면 뻥튀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뻥튀기는 원래 쌀에다가 사카린을 넣어 튀긴 것인데, 쌀 대신 율무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교무님께 말씀드리니 한번 해보라 승낙해주셨다.

그렇게 만든 율무 뻥튀기를 시험삼아 수도원에 판매하러 갔다. 인사드리며 "영산식품에서 왔습니다. 저희가 영산대학교 장학사업으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 좀 사주십시오"라며 뻥튀기를 내놓았더니 어르신들이 다들 좋아하셨다.

처음에 나는 영산대학교 장학금으로 판매한다는 이야기에 어르신들이 도와주시는 줄로만 알았다. 물론 도와주시는 분도 계신다. 그래서 2주 후에 또 가서 인사드리고 뻥튀기를 내놓으니 또 사주셨다. 자꾸 가면 그러니까 한달 뒤에 다시 방문하니 "왜 안왔어? 벌써 다 먹었는데…"하고 기다렸다는 말씀을 듣게 됐다. 그 때 알았다. '아! 이거 되는가보다.' 그래서 교당에도 팔아봤다. 그랬더니 50개씩, 100개씩 팔렸다.

지금은 율무 뻥튀기 인기가 높다. 교무님이 "우리 주 상품이 된장인데 된장보다 더 팔린다"고 할 정도다. 상반기 매출이 제일 높았다. 이제는 일반 마트까지 진출했다. 서울의 생협 3곳에 내놨는데 2주 기준으로 100~300개씩 나가고 있다. 전무출신 훈련때마다 뻥튀기를 팔러 250~300개씩 가지고 가면 그 자리에거 전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내가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어머니는 조그만한 가게를 30년 해오셨는데 나에게 "너는 커서 절대 장사하지 마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장사할 성격이 못된다는 것이다. 그 말씀이 떠올라 나를 되돌아보니 만일 개인적인 이익을 보는 장사였다면 어려웠을 것 같다. 하지만 교단 일이고, 좋은 일에 쓰인다는 것을 알고 하니까 자신있게 2천원짜리 팔러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팔아주시는 분들도 좋은 곳에 쓰인다는 믿음으로 구매하시는 것이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매일 '우리 영산식품이 올바른 먹을거리로 열심히 해서 전국민의 먹을거리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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