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형래 교도 / 서울교당, 한국인터넷기자협회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 기반이던 전라도, 서해안 일대의 지방도를 국도로 승격시켰다. 지방도에서 국도로 승격되면 국가 기간망에 포함돼 관리 책임이 광역지자체에서 국도로 이월된다. 자지체는 도로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도 건설에 따른 건설 경기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당시 국토부는 77번 국도를 '서남해안 일주도로'라고 부르며, 총 소요 예산이 6조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창원에서 시작해 한려수도, 다도해,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의 시발점을 부산으로 옮겼다. 현재 77번 국도는 부산 남포동에 있는 옛 시청사거리에서 시작된다. 부산과 창원을 잇는 지방도를 국도에 포함하기 위해서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배경과 지지기반이 일정하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또 이명박 정부는 인천이던 77번 국도 종점을 북한의 개성으로 옮겨, 서울과 고양, 파주를 잇는 '자유로'를 여기에 포함시켰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모두 여당 출신이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는 당시까지 계획만으로 남아 있던 서남해안 여러 섬을 잇는 다리 건설에 박차를 가해 사업자를 확정하고, 공사를 시작하게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목포와 부산을 2시간 생활권으로 잇는 '남해안 선벨트' 계획을 발표하며 24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77번 국도 다리 건설에 쓰인다. 건설자본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정권의 성향이 여실이 드러나 보인다.

77번 국도는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를 통해 수정되고 보완되며,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다도해국립공원, 태안해안국립공원 등 우리나라 해안 국립공원을 모두 지나기 때문이다.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나, 섬과 섬을 잇는 다리는 바다 물길을 바꿔 해안 생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연륙교나, 연도교가 생겨난 이후 해안 모래톱을 없애거나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77번 국도는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길이던 5번 국도 길이를 뛰어넘었다고 한다. 5번 국도는 거제도와 중랑진을 잇는 길로, 남북을 더해 총연장 1252km를 자랑한다.

77번 국도는 경기도에 들어서서 오이도와 소래대교를 지나 인천에 들어선다. 인천에서 부천을 지나 서울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 길의 일부 구간은 경인고속도로 등과 겹친다. 서울로 들어선 77번 국도는 양화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이어지고 자유로가 된다. 자유로는 통일대교에 멈추지만, 77번 국도는 통일대교 너머 북한 개성까지 이어진다.

77번 국도는 아직 전 구간이 이어지지 않는다. 남해와 여수를 잇는 한려대교와 같이 아직 짓고 있는 다리가 10여개에 달하고, 보령과 안면도 사이 해저터널은 2012년 착공돼 2018년 완공 예정이지만, 공사 진척도를 보면 개통까지 요원한 수준이다. 77번 국도는 당초 2020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일부 교량은 아직도 계획단계에 머물고 있는 곳도 있어 총구간 개통에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또한 지방도에서 국도로 승격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지방도의 모습과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는 구간이 많다. 새로 만들어진 구간을 제외하고는 지역 경계를 넘을 때면 다른 국도를 빌린다. 이 때문에 77번 국도는 경기도-인천-부천-서울을 지날 때면 다른 국도로 불리거나 도로 이름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유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7번 국도 자유로라고 하지 않는다. 자유로는 92년 완공된 도로다. 자유로 건설 계획은 일산 신도시 건설계획과 맞물려,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부터 추진돼왔다. 사람들에게는 오래되고 친근한 이름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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