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 이상선 교무 / 안양교당
큰 차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택시는 안중에도 없었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평생을 걸었기에 오늘날 유독 아픈 다리가 모든 것을 다 말해주고 있다. 어려워진 자녀들에게 손을 좀 넣어주면 힘을 쓸 수 있었을텐데 요모조모로 모아진 정재를 장학금으로 쾌척하시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 큰 충격이었다.

〈대종경〉전망품 28장에서 소태산이 밝혀준 그대로의 삶을 보고 있었다. 많은 분들에게서 내가 희망을 읽어 낼 때가 부교무 시절부터였으니 벌써 30년 전이다. 지독히도 무덥던 여름날 찾아간 3평 남짓한 방안에는 그 흔한 선풍기 조차 찾아볼 수 없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스스로에게 그토록 인색하기만 한 삶은 고스란히 넘겨져 미래 인재라는 사실 하나로 어린 소녀가 희망을 쓰고 있었다. 온통 다 바치는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참 많은 분들에게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오늘 아침에 전해 받은 희망의 씨앗이다. 많이 감사하고 은혜로웠다.

10년 전 뇌사자로부터 신장 이식을 받았던 50대 남성이 뇌사에 빠지자 이번에는 자신이 환자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간과 각막 2개가 이식 된 것이다.

생명도 나눔의 실천이 가능한 세상에서 희망을 읽는다. 불이 난 원룸으로 뛰어들어 모든 주민들의 목숨을 살린 28살 아들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자 "아들 잘했다"라는 마지막 말을 건넨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에서 소소영령한 진리의 소식을 보았다. 희망의 씨앗들이 심어졌으니 천아들 만아들들이 우리들 곁에서 함께 하리라. 희망으로 세상을 밝혀주면서 말이다.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시대와 권력에 맞서면서도 희망을 만들어간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스크린에서 만났다. 딸의 목숨까지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전국 팔도를 누비며 왜 그리 지도를 만들려 했을까? 지도가 필요한 백성들에게 언제든지 쓰게 할 일념으로 오직 백성을 위한 지도를 꿈꾼 지도꾼의 초심을 봤다. 초심, 그 첫 마음을 떠올리면 가능했다. 희망을 주고받으며 모두가 행복한 그런 삶 말이다. 한없이 편리한 그런 삶속에서도 만인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수많은 님들에게서 다시 또 희망을 읽는다. 희망을 본다.

한없는 생이 있는 가운데 '남을 이익주는 것으로써 자기의 이익을 삼을 것이라' 하신 말씀 그대로의 세상은 예나 오늘이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 가까이에서 실지로 증거해 주고 있기에 희망이 있다.

소태산 여래는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 해줬다. 우리들의 본래 마음은 성현들의 본래 마음과 같다. 대산여래도 본래 하나인 그 마음을 잃어 버리고 부숴 버리고 어두워져 버리고 물들었기 때문에 이 자성금강을 불괴, 불매, 불염하도록 토굴 속에 넣어서 때우고 고치자고 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외부의 토굴만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이 진짜 토굴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낳아 길러 주신 이 몸이 진짜 토굴이다. 이 몸에 있는 단전토굴에 집어 넣어서 파손된 것이 다시 고쳐지고 어두운 것이 밝아지고 물든 것이 닦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여기서부터 희망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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