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박영진 교도 / 경남교구 봉공회장
나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듣도 보도 못한 원불교 집안으로 친정어머니의 떠밀림에 시집을 왔다. 처음에는 원불교가 너무도 생소해 정초 백일기도에 혼자 교당에 나가며 신앙의 힘을 쌓아 보기도 했지만 사실은 시어머님께 잘 보이기 위해 가식적인 면도 있었다.

결혼 전 하던 교회의 새벽기도는 맹목적이라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원불교 기도는 아무 내용도 모르고 영주,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을 외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신앙에 물들려고 무진장 노력했다고 하는 편이 맞다. 그 이후로는 교당 신축 후 50일 새벽기도를 한 뒤로는 별로 없었는 것 같다. 그때 50일 기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다가 마친 후 다발성관절염을 앓아 무척 고생했던 기억도 난다. 원기91년 재가교도 4개 단체가 모여 10년 릴레이 기도를 결제하고 처음 시작할 쯤, 우리 교당에서 하는 릴레이 기도에만 동참했다. 교구 봉공회장을 맡고 있어서 정기적으로 백년성업기도를 해야 하는 책임 때문이다.

여러 교구를 돌며 기도했던 감상담을 들으며 아쉬워하다가 새로 부임하신 조학심 교무님께서 100년 성업기도를 새벽에 하려고 한다며 나에게 참석을 권했다. 나는 생각 끝에 집에서 하는 것보다 교당에서 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아 흔쾌히 교당 기도를 시작했다.

10년 넘게 새벽에 하던 헬스와 목욕도 시간을 미루고 아침 5시면 어김없이 경종 33타를 시작으로 한 시간 가량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1년이 가고 2년이 가면서 외우려 하지도 않았던 '기원문 결어 교단백주년대적공실 기도문'이 입에서 술술 나왔다. 그렇게 막힘없이 6년 세월 동안 함께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100년 성업 기도가 나의 몸에 배어갔다.

기도는 나를 변화시켰다. 그 사이 아들은 34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며느리는 입교해 법회 무결석의 신심을 자랑한다. 이것은 온갖 정성과 불공을 다했던 나의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손녀 2명을 낳아 일원가정을 이뤘다. 며느리는 새벽마다 기도 다니는 시어머니의 정성에 감사드린다며 어려운 일이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기도해 달라고 정성을 모아줬다. 딸 내외 역시 늘 백년 성업 기도비를 챙겨 줘 나를 감동시켰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 동안 각 교구로 이관식을 다닌 일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멀리 바다 건너 제주도, 부산, 대구 마지막엔 광주까지 교구청을 두루 돌아다녔다. 마지막 이관식은 광주교구였는데 교구청 입구에 들어서니 '축 환영 경남교구'라는 글귀가 보였다. 흐뭇한 생각에 우리 교구도 다른 교구가 찾아와 이관식을 다시 하게 된다면 이보다 멋지게 환영식을 준비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관식이었다.

감격스러운 감상담도 듣고 좋은 대접도 받으며 못내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제주도 1500일 회향 기도 때에는 봉공회 회원들과 함께 참석해 정성껏 기도를 올렸고, 승합차 안에서 이근수 청운회장과 함께 성가를 부르며 한 마음이 된 일은 잊을 수가 없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건강하던 시누이가 갑자기 사경을 헤매던 백두산 3000일 기도 회향 때다. 열반 준비를 다 해 놓고, 남편의 권유로 회향기도에 참석했는데 다행히도 지금은 호전돼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이 모두가 신앙생활을 함께하는 남편의 도움이 없으면 어찌 공중 일을 할 수 있을까. 늘 감사드린다. 기도 덕분인지 우리집에는 큰 우환이 없었다. 공중 일에 전념하라는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인 듯하다.

그러나 중앙총부에서 거행된 10년 기도 마지막 회향식은 남편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참석을 못했다. 내 판단으로 남편이 먼저다 싶어 회향기도를 총부가 아닌 교당에서 모셨다. 우리들은 선공후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일을 당하면 쉽지 않다. 아직도 나의 사사로움은 노력만큼 항마하지 못했다. 이것 또한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100년 성업기도의 원력을 쉬지 않기 위해 다시 백일기도(새벽)를 교당에서 혼자하고 있다.

끊임없이 집에서나 교당에서 기도를 하지만 교당의 기운은 남다르다. 언제까지 될련지 모르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만큼 기도에 정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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