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처음 가게 됐을 때 사람들이 "조상 덕에 먹고 사는 나라다"고 했다. 그 말을 이탈리아의 박물관, 미술관을 돌아보며 깨달았다. 21세기를 사는 내가 과연 고대 로마제국의 발자취를 이렇게 가깝게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연이어 나왔다.

한번은 책자에 소개된 유명한 박물관을 찾아가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 박물관 앞에 섰을 때는 외관이 너무 초라해 내가 잘못 찾은 것이 아닌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박물관 안에 들어선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밖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각 전시장마다 그림과 유물의 특성에 따라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탈리아인들은 조상들의 유산을 사랑하고 지키고 복원하려는 노력으로 인해 잘살고 있다는 감상이 들었다.

나는 익산성지 원불교역사박물관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존재 자체에 감사한 마음이 들곤 한다. 우리의 노력과 관심이 원불교의 역사와 박물관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일이 될 것이다.

※ 원불교역사박물관 설립은 정산종사탄생백주년기념사업 일환으로 원기87년 5월7일 개관했다. 기획전시실과 특별전시실·수장고·학예실 등이 있다.

 
강연지 교무는 캠브리지 스쿨 오브 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저서로 〈A Journey To M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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