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꽃은 보은, 복 짓는 일이지요"

어머니 인연으로 만난 원불교, 최고의 선물
교화는 먼저 베풀고 대가 바라지 않는 것

그는 푸근한 어머니상이다. 누구라도 그 품에 안기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넉넉함이 있다. 배 아파 난 자식은 아들 하나뿐이지만 그에게는 여섯 명의 자녀가 더 있다. 은부모 결연을 맺은 한겨레고등학교 탈북청소년들이다. 딸을 하나 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자식 부자가 됐다는 그. 그래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좋다"는 북인천교당 종타원 최경진(鐘陀圓 崔敬眞·63·경기인천교구 여성회장) 교도다.

그 뿐인가. 지금은 아들에게 물려줬지만 2년 전만해도 학원 원장을 하며 500명의 학생들을 자식처럼 돌봤다. 학원생들이 학교 끝나고 오면 우선 빵과 우유를 손에 쥐어주며 허기부터 달래주던 그, "기운 없으면 공부도 하기 싫다"는 게 이유다.

현재 부천에서 번듯한 학원(정율사관학원)으로 성장해 학생들을 일일이 살피진 못하지만, 초창기에는 100명의 학원생들에게 손수 밥도 해줬다. 그렇게 10년간의 교육사업은 베풀기 좋아하는 그의 삶에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나는 아들에게도 항상 베풀고 살라고 말해요. 내가 조금 덜 쓰고, 덜 저축하더라도 남에게 베푼 것이 나중에 크게 돌아온다고요. 학원 교사에게도 그렇지만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원에게 잘하라고 하죠. 아랫사람에게 잘해야 오래도록 인심을 잃지 않거든요."

그의 이러한 성품은 돌아가신 어머니(진타원 김월진)에게 배웠다고 한다. 어머니의 연원으로 입교하게 된 원불교와의 인연은 인생의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말한다. 하여 2년 전 아들며느리에게 학원을 넘긴 후로부터는 고향인 김제 화포교당 교화를 위해 남모른 봉사를 해오고 있다.

"젊을 때는 사는 게 바빠서 고향에 잘 내려가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한 번은 고향 화포교당에 들렸는데 교무님과 교도님 세 분이서 추운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안타까운 마음에 돕기 시작한 일이 법당에 난로를 설치하고, 어르신들이 편히 법회 볼 수 있게 책상과 의자도 30개씩 놓았다. 게다가 교당 진입로에 LED간판도 새로 달았다. 하지만 교도들이 없으니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었다.

화포교당은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어 어르신들이 목욕하러 가려면 버스로 40분을 타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는 고향집 터에 향토집을 짓고 그곳에 5~6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목욕탕을 지었다. 그곳에 가면 무료로 목욕도 하고 따뜻한 차도 마시고 가끔은 식사도 할 수 있게 마련해 놓은 것. 현재 집과 목욕탕은 둘째언니가 맡고 있다.

"시골교당은 지역사회에 베풀어야 교화가 되더라고요. 그 후로 내려갔더니 어르신들이 어떻게 보답하면 좋겠냐고 물어요. 그래서 교당에 다니면 된다고 했죠. 그때부터 교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시절인연이라 그런지 학원 일을 놓으니 지난해 그에게 경인교구 여성회장직이란 중책이 맡겨졌다. 평소에도 워낙 활동가 스타일이라 그가 회장을 맡은 후로 여성회에 활기가 넘쳤다. 4개 교당이 새롭게 여성회를 창립하고, 한겨례고등학교 은부모 결연사업에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교도들이 좋은 뜻으로 은부모 결연을 맺었지만 그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어요. 간담회를 열어 기준을 잡아주었죠. 적절한 선에서 베풀고, 음식도 가급적 집에서 함께 만들어 먹도록 하라고요.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인 것보다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품이 필요하거든요. 그 뒤로는 1박2일 홈스테이도 잘 진행되고 있어요."

그가 교구여성회를 맡으면서 각 교당 여성회장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 외부활동도 좋지만 교당교화에 도움이 되는 여성회가 돼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잠자는 교도 깨우는 '순교' 활동에 목표를 뒀다.

"올 초부터 교무님과 함께 한 달에 2가정씩 순교를 다니고 있어요. 어떤 이유에서든 교당에 발길이 끊긴 교도들은 혼자서 다시 교당에 오기 힘들거든요. 한 번 찾아가고 두 번 찾아가다 보면 미안해서라도 오게 돼 있어요. 그 역할을 여성회가 맡았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무엇이든 한 번 하기로 한 일은 거침없이 추진해 내는 그. 맞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좀 손해보더라도 기어이 성공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경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불교를 만나, 힘들 때면 잠깐 마음을 멈추는 공부와 기도생활을 하다 보니 지금은 일상에서 여유를 찾게 됐다고 말한다.

"요즘은 남편과 함께 '하루에 두 번 칭찬하기' 조목을 가지고 유무념 공부를 하고 있어요. 공부를 하고 보니 우리가 칭찬에 얼마나 인색한지 알겠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칭찬을 아끼지 마세요."

가는 곳마다 복 짓기에 바쁜 그를 보면 신앙의 꽃은 보은에 있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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