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권덕천 덕무 / 영산식품
 
어느 곳에 있든지 늘 초심을 생각하고 출가한 목적을 생각할 때마다 공부심을 놓을 수 없었다. '공심(公心)은 공부심에서 나온다'고 말씀했다.

나는 업무가 아무리 많아도 항상 교리공부를 놓지 않고 있다. 경전과 법문, 스승님 강의가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 좌선을 시작으로 해서 업무가 시작되고, 오후5시에 모든 작업을 마친다. 저녁에는 개인 정진 공부를 한다.

인터넷 사경과 교전 읽기, 최근에는 〈소태산평전〉도 열심히 읽고 있다. 경전 강의나 스승님 법문은 되도록 빼지 않고 들으며 모아두면서 교리공부 파일을 만들고 있다. 또 교학과 예비교무들이 졸업하기 전에 보는 고시 문제들을 보면서 교리·교학을 어디까지 공부해 놓아야 하는지 이해하는 자료로도 삼고 있다.

이런 교리공부에 대한 열망은 아마도 서원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법문이 있다.

"사람이 전생 일과 내생 일이 궁금할 것이나 그것은 어렵고도 쉬운 일이니, 부처님께서 '전생 일을 알려거든 금생에 받는 바요 내생 일을 알려거든 금생에 짓는 바라'하신 말씀이 큰 명언이시니라. 자기가 잘 지었으면 금생에 잘 받을 것이요, 잘못 받으면 전생에 잘못 지은 것이라, 아는 이는 더 잘 짓기에 노력하고 모르는 이는 한탄만 할 따름이니라." (〈정산종사법어〉 원리편46)

나는 이 법문이 '참으로 무서운 말씀이구나'라고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원불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바쁜 현실생활 속에서도 공부를 놓지 않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내가 평소 늘 의두를 가지는 세가지는 '마음공부가 무엇인가? 인과란 무엇인가? 생사해탈이란 무엇인가'였다. 그러한 해답은 여기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공부인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내가 원불교에 들어왔던 가장 큰 이유도 '성불(成佛)할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성불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얼마나 좋은가? 이 공부하면서 성불할 수 있다는 게 나에게 정말 큰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경산종법사는 원불교100주년을 맞아 자기성업봉찬하는데 힘쓰라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성업봉찬이 다른 게 아니라 내 임지에서 내 일을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일 잘하는 것이란 내 역할과 책임을 잘하는 것이고, 공부심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자신성업이고 곧 교단을 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처음 출가할 때도 그렇고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도 그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자리잡기까지 묵묵하게 곁에서 지켜봐주고 내조해준 정토가 큰 역할을 해 준 사람이다.

정토는 처음에 원불교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었다. 소개로 만나 결혼했지만 누구보다도 시어머니를 잘 봉양하고 궁동교당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교도로 성장했다. 한없이 고마운 사람인데 어느 날 나에게 "덕무님이지만 당신이 참 자랑스럽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모든 고통이 일소되고 무한한 보람과 감사를 느꼈다.

출가 때 교무님이 한 말씀 해준 것을 항상 공부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출가는 법을 전하는 것이지요'라고 해준 말씀을 잊지 못한다. 그렇다. 어느 임지에 있으나 법을 전하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내가 비록 산업기관에 있어서 물건을 팔지라도 그 일이 또한 법을 전하는 일임을 잊어선 안된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영산식품에서 장사를 할 것이다. 나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다. 법을 전하는 것이다.

앞으로 꿈은 어디에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임지에서든 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고 공부심을 놓치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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