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천 교도 / 음성교당
큰딸 취업을 위해 시작한 기도정성
이제는 일상생활이 돼 삶의 활력소
탈북청소년 위한 상담치료에 용기

내가 기도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종교인으로서 보낸 시간은 길지만 늘 일상처럼 법회 보고 교무님의 말씀에 수긍하며 생활해왔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마음을 다지고 기도를 올린 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기도를 한번 해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렇게 시작한 기도가 현재 1900일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하는 일과가 일상이 됐다. 매일 조금씩 올리는 기도비는 100일이 되면 교당에 헌공금으로 낸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챙기게 된다.

종교인으로서 기도를 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아침저녁 매일 같이 올리는 기도가 가라앉은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동기부여가 돼 좋다.

사실 내가 기도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큰아이 덕분이었다.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에서 교육대학원을 마쳤지만 큰딸은 취업을 앞두고 늘 자신이 원하는 곳에 붙지 않는다고 불안해 했다. 부모로서 딸아이에게 도움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기도로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마음이 났다.

그렇게 원기95년 7월에 기도 결제를 하고 천일기도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천일기도 동안 큰딸은 기간제 교사로 취직할 수 있었다.

그때 나에게 기도의 불씨를 지펴준 음성교당 교무님에게 무척 감사했다. 교무님은 평소 법문만으로도 나에게 큰 감흥을 줬지만, 무엇보다 일상생활과 법문이 항상 일치되는 삶을 살았다. 그 모습이 나에게 용기를 줬다.

어느 날 설교시간에 교무님의 법문이 나에게 큰 울림이 됐다. 교무님은 어린이집 원아를 모집하기 위해 전단지 3천여 장을 지역에 돌렸다고 했다. 옆에서 도와주던 청년교도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때도 교무님은 손수 전단지를 나누며 "이 수천 장의 전단지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씀에 가슴 깊이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법문을 듣고 나는 바로 그날 천일기도를 시작했다.

돌아보면 기도생활하며 가장 큰 변화는 큰딸의 취업이 아니라 나의 마음 변화였다. 그동안 인간관계를 맺어오면서 느꼈던 어려움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아상'이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나의 잣대로 바라보고 판단하다보니 늘 마음이 불편하고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간섭하고 질타를 했다. 상대는 가만히 있는데 내 마음이 아프고 내가 상처받는 일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니 생활이 힘들어졌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서 점점 마음의 변화를 느꼈고, 그동안 미웠던 사람이나 원망했던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나는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도자기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도자기를 만들면서 탈북청소년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를 많이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 마음도 같이 힘들어질 때가 있다. 위로하고 안아줘야 할 내가 정작 힘이 없으니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탈북청소년들의 심리적인 상처와 아픔을 달래주고자 5년 전, 뒤늦은 대학공부를 시작했다. 대구사이버대학교 '미술치료학과'에 입학해 지난해 2월 졸업했다. 그리고 미술상담심리사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4년의 공부는 나에게 큰 힘이 됐다.

탈북청소년은 남한으로 넘어오면서 받은 상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들로 인해 애정결핍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 도자기를 만들다보면 흙을 통해 그 감정이 표출되다가 나중에는 말로써 표현하는 아이들을 접하게 된다.

그때에 내가 적절한 상담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해 줘야 한다. 나는 그 상담이 나이 많고, 선배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다 전문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나로 인해 아이들이 그 경계를 무탈하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 내 작은 능력이 힘이 되어준 것 같아 무척 뿌듯하고 감사하다.

4년 동안 미술을 매개체로 해서 심리상담 공부를 하다 보니 상담이란 것이 원불교 교리와 상당히 많은 부분 일치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에서 '게슈탈트' 치료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마음공부의 핵심인 '지금 여기 깨어있음'을 아는 것이다.

그동안 미술치료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원불교 교도로서, 기도생활을 하는 종교인으로서, 행하고자 하는 바람이나 마음공부가 바로 대학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료적인 효과와 같다는 걸 발견했다.

이제는 기도생활이 일상이 된 나는 마음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주위 모든 이들과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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