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형래 교도 / 서울교당,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세계지도에서는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된 맨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는 섬나라다.

삼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대륙으로 연결된 북쪽은 분단이 가로막고 있어서다. 우리가 다른 나라로 가려면 국경을 넘기 위한 검문소를 지나거나 여러 조처를 받아야 한다. 대륙이지만 섬인 우리는 한반도의 북쪽 절반이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그것이 그냥 태평양이나 바다인 듯 다른 나라로 훌쩍 넘어가야 한다.

북한으로 이어지는 길은 결코 더 갈 수 없는 길이다. 섬은, '연결'이라는 길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뜻이다. 섬에서의 길은 언젠가는 막다른 곳에 봉착할 수밖에 없거나, 이어지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아가는 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로 서울에 진입해 한남로를 지나 남산1호터널, 퇴계로를 지나면 통일로를 만나게 된다. 통일로는 임진강을 넘어가는 통일대교 앞 검문소에 가로막히고 만다. 통일대교를 넘어 판문점에 들어서더라도 분단이라는 막다른 현실 앞에 길이 끊긴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한남로-퇴계로-통일로로 이어지는 길은 터키까지 이어지는 '아시아고속도로 1번'의 우리나라 구간이다. 경부고속도로 곳곳에 이 아시아고속도로 팻말이 세워져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함을 자아낸다. 언젠가는 우리나라가 대륙으로 이어져 세계로 향할 날이 과연 올까, 그때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며, 우리는 어떻게 될까 등의 궁금함들이다.

분단이라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많은 길을 막고 있다. 서울에서 의정부, 양주, 연천을 잇는 3번 국도는 월정리전망대에서 휴전선 철책에 가로막혀있다. 창원에서 중랑진을 이르는 5번 국도는 화천을 지나 북쪽으로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김화에서 막혀있다.

신의주 가는 1번 국도 역시 판문점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2007년 노무현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 할 당시, 이 길을 지났다.

부산에서 경주를 지나 강원도 양구에 이르는 31번 국도는 신고산타령으로 유명한 신고산을 넘지만 휴전선으로 막다른 길이 돼버린다. 동해안을 따라 가며 시원한 풍경을 선사해주는 7번 국도 역시 마찬가지다. 강원도 고성을 넘어 금강산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휴전선에 가로막혀 통일전망대가 종점이 된다.

한때 금강산 육로관광이 추진되면서 도로가 정비됐지만, 그랬던 역사적 사실이 무색하게 길은 이어지지 않고 여전히 끊어진 상태로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종축 국도를 뜻하는 홀수 길 가운데 상당수가 휴전선 철책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김진업 교수는 "분단이야말로 우리나라 최고, 최악의 사회 현상이다"며 "분단에 대한 고려 없이 우리나라 사회현상을 진단하는 건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지지 않는 길은 우리나라가 외면할 수 없는 분단이라는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섬에는 대개 둘레길이 많다. 머리와 꼬리를 연결해서라도 길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분단은 우리나라를 섬으로 만들었을 뿐더러, 둘레길도 허용하지 않았다. 끊어진 길을 두고 통일을 염원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이어지지 않는 길 앞에서 젊은이들은 언젠가 이어질 대륙과 세계를 꿈꾸고,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고향과 두고 온 가족을 그린다.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달 말 국방부는 성주군에 자리잡은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밝힌 사드배치의 이유는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이다. 이에 맞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드를 통해 하늘 철책선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나갈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서로를 겨누는 무기를 늘리는 일이, 통일로 나가는 과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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