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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자겠다고 안겨요"
"아빠랑 자겠다고 안겨요"
  • 이원제 교도
  • 승인 2016.10.07
  • 호수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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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제 교도 / 동수원교당

더 좋은 아빠되기로 시작한 대화
끝까지 경청해 주는 유무념공부로
두 아들에게 사랑받는 아빠가 되다


나는 8살, 5살 두 아들을 둔 아빠다. 아내와 나는 오랫동안 원불교를 신앙해온 집안에서 자랐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무늬만 교도인 수준이었다. 일요일 아침이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법회에 나가지 않고 마음공부도 등한시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동수원교당으로 옮기면서 우리 가족의 신앙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장을 따라 갑자기 수원으로 이사하게 된 우리 부부는 지역에 적응하기 위해 교당을 찾았다. 그렇게 만난 동수원교당은 다른 교당과 다르게 젊은 세대 부부가 많았고 우리 아이들 또래들도 많았다. 심지어 법회 출석률도 높아 아내와 나의 교당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 졌다.

나는 동수원교당에서 유무념 실천운동이라는 생소한 공부를 알게 됐다. 나와는 다르게 이곳 교도들은 오랫동안 유무념공부를 해온 탓에 지난해 <더 좋은 사람되기>라는 유무념수기 책자도 발간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걸 보니 나도 분발심이 났다. 나는 청운회에서 주관하는 '더 좋은 아빠 되기'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이 운동에는 10가지 유무념 실천항목이 있다. 나는 그 중에 아이들의 말에 경청하기를 택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유념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의사소통이 수월하지 않다. 특히 작은아이는 아직 의사표현이 서툴다. 내 귀가 이상한 건지 작은아이의 말은 엄마만 알아듣는 외래어인 경우가 많았다. 나에게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는 솔직히 속 터지는 일이다. 아이 역시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빠가 답답한지 가끔 나를 때리곤 한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올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 몇 번의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큰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퇴근하고 아이의 상처를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 속상하고 왜 싸웠냐는 물었다.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 아이를 보자 더 화가 났다. 정황을 살펴보니 먼저 친구를 때린 큰아이의 잘못이기는 하나, 그 이유를 듣고 싶어서 인내심을 가지고 재차 물어보았다. 상황을 더 자세히 들어보니 뒤에서 친구가 등을 미는 바람에 자신도 앞 친구를 밀게 됐는데 그것을 친구나 선생님에게 설명을 못했다고 한다. 그때서야 내 아이의 소심한 성격을 파악하게 됐다.

'이런 것도 어찌나 날 닮았을까?' 하고 생각하니 그동안 아이에게 깊이 관심 가지지 못한 나의 잘못을 돌아보게 됐다. 올해 학부모가 된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경험 부족한 초보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생애 첫 단체생활을 하게 됨에 부모가 더 관심을 갖고 지도해줘야 함에도 섣부른 판단으로 아이의 말에 경청하지 못하고 야단칠 뻔했다.

큰아이의 일을 잘 넘기고 나니 며칠 후, 작은아이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작은아이가 친구를 때려 코피를 냈다고 한다. 퇴근해서 작은아이와 이야기를 해봐야지 했는데 이미 잠든 상태라 아내에게 사정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자기가 놀고 있는데 친구가 계속 건드려 들고 있던 블록으로 툭 쳤는데 피가 났다고 한다. 그 외에도 사고는 한 번 더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은 작은아이가 말로 자기 표현을 잘 못하니 집에서 지도를 잘해달라고 했다. 나도 답답한데 선생님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졌다.

그동안 아이들이 자기 표현을 잘 할 수 있도록 말을 자주 걸어주고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했어야 했는데 부모로서의 역할이 많이 미흡했음을 알게 됐다.

그 후로 나는 주말과 평일 틈틈이 아이들을 대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의 눈을 보면서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놀랍게도 변화되고 있었다. 큰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며, 친구 이야기 등 곧잘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빠 언제 들어 오냐며 직접 전화를 걸어오니 회사 일도 속도를 높여 일찍 끝내고 퇴근하려고 노력한다.

둘째아이는 이제 80%까지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엄마 옆에서만 자던 둘째아이가 이제는 아빠랑 자겠다고 안긴다. 하루 종일 아이들 뒷바라지 한다고 밤이 되면 파김치가 되는 아내는 무척 흐뭇해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동시다발적으로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나이 차이가 있어서 요구하는 바가 다르다 보니 누구 말을 먼저 대응해줘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좋은 아빠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더 좋은 아빠 되기 위한 유무념 실천운동을 하려니 좌충우돌할 때가 많다. 하지만 마냥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이 대견해 오늘도 마음 챙겨 가족들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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