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환경보전총회 2016

▲ 조은혜 / 원불교환경연대
Aloha! (알로하)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하와이교당 문 앞에서 작별인사를 할 때까지 가장 많이 나눈 인사다. 처음엔 단지 하와이 풍습에 따른 인사말 정도로만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도의 인사말이려니. 그런데 이번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행사의 키워드가 'Aloha Spirit(알로하 정신)'라는 말에 단순 인사말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됐다.

Aloha는 각각의 뜻을 가진 단어의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들어진 인사말이 됐다고 한다. 'Akahai'는 친절과 부드러움, 'Lokahi'는 통합과 조화로움, 'Oluolu'는 화합과 기쁨을, 'Haahaa'는 겸허, 겸손함을, 'Ahonui'는 참을성과 인내를 의미한다. Aloha라는 인사는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뜻하며, 조건없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며 상호 존중과 이해를 거듭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와이(Hawaii)도 공기 또는 생의 본질을 의미하는 'HA', 물 또는 공동체를 뜻하는 'WAI', 영혼 또는 신, 만물의 에너지로 해석될 수 있는 'I'가 합쳐진 이름이다. 뭇 생명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잠시 욕심을 내려놓고 '개발 대신 보전'을 선택하는 환경총회가 열리는 장소로 이보다 맞춤한 곳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는데도 공식 등록인원만 9천1백여 명 이상이 세계 각지에서 하와이 호놀룰루로 달려왔다. 워크숍과 전시, 소규모 그룹 토론의 지식카페, 그룹 미팅과 사례연구 발표 등 자그마치 1,380개의 행사가 오전 8시반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 IUCN(세계자연보존연맹) 국제회의는 '전 지구적 환경총회'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비키니와 화려한 꽃무늬 셔츠로 상징되는 '하와이안 패션'대신 와이키키 해변에 어울리지 않는 정장이나 배낭여행족 같은 캐주얼 옷차림의 사람들이 무리 지어 시내를 돌아다니는 풍경이 한동안 계속됐다.

자원과 환경보전을 위한 국제기구로 IUCN이 설립된 것은 1948년이지만 4년에 한 번씩 포럼과 워크숍을 포함한 세계자연보전총회 형식으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6번째라고 한다. 매번 행사의 규모와 참가자수가 늘면서 환경과 관련한 이슈도 다양해지고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IUCN의 이후 활동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High Level session' 이 6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영성과 보전(Spirituality and Conservation)'이 포함됐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UCN과 불교인들의 국제연대 단체인 INEB(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 기독교 기반 개발협력 NGO인 A ROCHA가 공동으로 주관한 '영성과 보전' 프로그램에는 30여 개의 종교 관련 행사들이 총회 기간 동안 진행됐다. 원불교환경연대가 참여한 워크숍도 그 중 하나다.

▲ 한국대표 조은혜 팀장이 초대된 세계자연환경보전총회2016은 전 세계 환경단체와 운동가들이 지구의 환경문제를 논의하고 대안을 찾는 장이다.

IUCN이 주목한 '영성과 보전'

IUCN의 공식행사로서 진행된 고위급 종교지도자 대화 프로그램은 시작시간 30분 전부터 300여 좌석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르헨티나 '환경과 지속가능발전부' 장관이자 유대교랍비 세르지오 버그만(Sergio Bergman), 하와이 가톨릭교회의 로버트 스탁(Robert Stark) 신부, 일본 고이 평화재단(Goi Peace Foundation)의 마사미 사이온지(Masami Saionji), 인도네시아 이슬람교단 무하마디야(Muhammadhiyah)의 이맘 무하마드(Muhammad), 하와이의 영적 지도자 푸알라니(Pualani Kanaka'ole Kanahele), ROCHA의 피터 해리스(Peter Harris) 목사가 게스트로 초대돼 대화를 이어갔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상 메시지로 함께 하기도 했다. 불교계에서는 티베트불교의 17대 까르마파가 참여하기로 했으나 사정이 생겨 함께하지 못했다고 한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계의 역할을 기대하는 발언들이 이어지는 것을 들으며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 응답이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날 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종교 지도자들은 "소비주의라는 노예상태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기 위해 변화가 요청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지 말고, 모든 생명 형태의 가치를 인정하는 영성의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을 삶의 일부로 생각했던 하와이 선주민들은 하와이가 미군의 태평양 작전사령부와 80개 이상의 미군 기지와 군사시설이 있는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된 이후 겪은 급격한 변화가 'Aloha Spirit(알로하 정신)'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모든 생명과 그 본질적인 에너지 원천인 자연이 공생하는 방법은 'Aloha Spirit'를 복원하는 영성의 문화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계가 모든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교육과 대안 만들기에 적극 협력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 조은혜 팀장의 발표는 생명탈핵평화순례와 100개 햇빛교당 사례로 전세계 환경운동가 등의 관심을 받았다.

뭇 생명과 소통, 에너지 전환운동

원불교환경연대가 초대된 워크숍은 9월 5일 진행된 '생태와 윤리-종교에 기반한 모든 생명과의 공존 모델 '이 주제였다.

〈생태 영성: 조용한 혁명(Spiritual Ecology: A Quiet Revolution)〉의 저자인 하와이대학 스폰젤 교수(Leslie Sponsel), 티베트불교로 출가한 남아공의 쏜드루(Tsondru) 비구니 스님, 일본 동경 주코인(Juko-in) 사원의 주지 오코치(Hidehito Okochi) 스님, 인도네시아 무하마디야의 야야 (Yayah Khisbiyah)가 발표자로 초대됐다. 각각 생태영성, 남아공 청년들의 반핵 애드보커시와 에너지 전환운동, 반핵과 생태사원 건립활동, 이슬람의 가치에 기반한 환경복원과 임파워먼트 운동에 대해서 발표했다. 생태영성을 실현한 조용한 혁명의 사례들이 수면에 오르게 된 셈이다.

그 중에서 원불교의 '생명평화탈핵순례'와 '100개 햇빛교당' 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운동은 가장 큰 박수갈채와 주목을 받는 사례가 됐다. 참가자들로부터 6개의 핵발전소와 불과 7km 거리에 있는 원불교 성지수호를 위해 매주 22km씩 200차에 이르는 순례를 이어가며 '핵 없는 세상, 안전하고 깨끗한 지구' 만들기에 앞장서온 원불교 탈핵운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인사를 여러 번 받았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사고의 위험은 현실이 되었고, 토양과 바다 생태계를 오염시킨 핵 쓰레기에서 유출된 방사능 또한 지역과 국가를 넘어선 국제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종교가 앞장서 '탈핵선언'과 실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깊은 감명과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햇빛교당' 사례는 종교적 가르침에 기반해 과학기술을 선용한 좋은 모델이라며 함께 했던 다른 발표자들이 자신의 종교와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게 널리 알려야겠다고 반겼다.

'기로에 선 우리의 지구(Our Planet at Crossroads)'. IUCN 총회 개막식 행사 이름이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던 20세기와 달리 지금 우리는 모든 생명과 존재들이 서로를 보완하고 지지하며 함께 하는 삶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종교가 서 있어야 한다는 부름이기도 하다. 원불교도 응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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