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노숙인 합동추모제에 부산 4대 종단이 참가해 영가의 완전한 천도해탈을 위한 기원을 모았다.
4대 종단 종교인연합 추모제
종단의식, 진혼무, 성명서 등

부산의 4대 종단 종교인들이 고통 속에 쓸쓸히 삶을 마감한 노숙인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원불교·불교·천주교·기독교 종교인연합이 9일, 부산역 광장에서 시민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회 노숙인 합동추모제를 열었다. 노숙인 추모제는 '사단법인 애빈회'(대표 김홍술 목사)가 부산역 등 거리에서 변사자로 발견된 사람들의 장례를 개별적으로 치러오다가, 점점 고인의 수가 불어남에 따라 2004년에 처음으로 '합동 추모제'를 개최했다. 특히 올해는 애빈회가 부산지역 4대 종단에 공동 주최를 요청함에 따라 이웃종교 연합으로 조직적으로 개최하게 돼 의미가 더 크다. 4대 종단은 불교의 '사단법인 세상을 향기롭게'와 천주교의 '부산교구 빈민사목위원회', 기독교의 '부산예수살기' 그리고 원불교의 '부산울산교구'로 이뤄져 있으며, 앞으로 원하는 타 종단과도 함께할 계획이다.

이날 추모제는 부산울산교구 이정식 사무국장의 사회로 김홍술 목사의 경과보고, 정여 스님의 인사말, 4대 종단별 종교의식, 김정숙 선생의 진혼무 공연, 방영식 목사의 추모 노래, 윤희동 신부의 성명서 낭독 순서로 진행됐다.

원불교 종교 의식에는 당감교당 천성준, 개금교당 김현명, 거제교당 강진영 교무가 성주, 천도법문, 일원상서원문 독경을 진행해 노숙인의 해탈천도를 기원했다.

정여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사회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 불우한 죽음을 맞이한 노숙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종교인으로서 해야 할 일의 최소한에 지나지 않는 부끄러운 행보이지만 이날만이라도 원혼을 위로하면서 영면을 기도한다"고 밝혔다.

김홍술 목사는 "추모제의 날짜와 장소에는 의미가 있다. 날짜는 기일을 모르는 조상이나 연고없이 떠돌다 죽은 영령들을 함께 모셔 제사를 지냈던 우리 조상들의 풍속을 따라 매년 음력 9월9일, 중양절로 잡았다. 추모제의 장소인 부산역 광장은 노숙인의 '큰집'이요 상징이다. 올해 4대 종단이 힘을 합하니 불우한 영혼들 위로에 큰 도움이 돼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희동 신부는 성명서를 통해 "노숙인은 그가 아닌 바로 나다. 그를 돕고 함께 나누는 것은 바로 나를 돕고 나를 살리는 일이다. 국가는 짧은 시간 적은 비용의 자활 프로그램보다 인간적인 치유에 더 중심을 둬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산울산교구 이정식 사무국장은 "사회 약자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아프다. 단순한 행사를 넘어서 관공서나 공공기관 등 사회에 많이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4대 종단이 힘을 합해야겠다. 살아있는 노숙인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종교인들이 찾아야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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