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중반부터 산업혁명을 거쳐 오면서 인류는 엄청난 과학의 발달로 거대한 물질문명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문명이 과학문명을 어떻게 이끌어 갈 수 있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진리의 모습을 도학과 과학이라는 두 문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3주에 걸쳐 영산선학대학교 전흥진 교무의 '일원상 진리와 현대물리학'이란 주제를 통해 도학과 과학의 회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1주 도학과 과학의 만남
2주 존재의 구조에 대한 관점 비교
3주 존재의 생성변화와 상호연관성 비교

▲ 전자의 이중슬릿실험에서 입자인 전자는 파동의 특성인 간섭무늬를 나타낸다.

일원상진리로 본 존재구조

일원은 법신불이니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요, 일체중생의 본성이다. 일원상 진리는 우주만유의 본원이면서 인간 심성(心性)의 본성인 것이다.

본원과 현상의 관계에 대하여 소태산 대종사는 '일원은 우주만유의 본원', '우주만유는 법신불의 응화신' 등의 표현을 통해 일원상 진리의 본원성을 드러냈다. 또한 '일원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등의 표현을 통해 본원과 현상이 둘이 아니라는 상즉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본원은 일체의 현상 속에 내재해 있으며, 본원과 현상은 궁극적으로는 하나이나 분별적으로 보면 서로 다르게 보인다.

법신·보신·화신과 영·기·질

본원과 현상의 관계를 통해 파악한 일원상 진리의 존재 구조는 불타관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삼신설(三身說)을 통해 조명해 볼 수도 있다. 원시불교에서 비롯해 대승불교 초기까지 발전한 이신설(二身說)의 불신론(佛身論)에서는, 불타에 의해 오득된 보편적 진리로서의 법(法)을 법신이라 하고, 80세를 일기로 입멸한 불타를 색신이라 했다. 이러한 이신설이 확립됨에 따라 자연 법신과 색신의 조화·회통문제가 제기됐고, 법신의 영원성과 색신의 구체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3 신(身), 즉 보신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에 따라 '법신·보신·화신'의 삼신설이 성립하게 된다. 본원은 법신이고, 현상은 화신이라 할 수 있다.

영·기·질론의 구조는 삼신설의 구조와 유사한 점이 있다. 만유의 본체로서 영원불멸한 성품 곧 영(靈)은 법신이라 할 수 있고, 만유의 바탕으로 그 형체로서의 질(質)은 화신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만유의 생기로서 그 개체를 생동케 하는 힘 곧 기(氣)를 보신과 동일시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보신이 법신과 화신을 매개하는 것과 같이 기가 영과 질을 매개한다는 점에서는 보신과 기가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영·기·질론으로 본 존재구조

법신으로서의 '본원'과 화신으로서의 '현상'의 관계를 통해 파악한 일원상 진리의 존재구조에는 법신과 화신을 매개하는 보신에 해당하는 존재가 따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본원과 현상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본원과 현상의 관계를 영·기·질론으로 고찰하면 유기적 해석이 가능하다. 본원은 영명일기(靈明一氣)이고 현상은 영·기·질로 구성된 우주만유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선(禪)을 통해 영(靈) 곧 공적영지를 온전히 드러내면 영명일기의 본원에 합할 수 있다. 본원과 현상은 궁극적으로는 영명일기로서 하나이나, 분별적으로 보면 서로 다르게 보인다.

현대물리학으로 본 존재구조

우주 속에는 대략 1천억 개 정도의 은하계가 있으며, 은하계마다 1천억 개 이상의 별들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들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총물질과 에너지의 4%에 불과하다. 우주의 23%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로 이루어졌고, 73%는 미지의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졌다.

근래에 관측되기 시작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한 규명은 아직 되고 있지 않지만 일반 물질에 대한 탐구는 많이 되어졌다. 우주 내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작게 나누면 그 물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최소단위인 분자에 이른다. 이 분자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는 중심에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이 있고, 이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 그러나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공간은 비어 있기 때문에 우리 주위의 물질은 거의 비어 있는 것이다.
▲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입자는 쿼크와 전자이다.

현대물리학은 양성자와 중성자보다도 더 작은 소립자들을 발견했는데,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물질은 그러한 소립자 중 전자(e), up-쿼크, down-쿼크로만 이루어져 있다.

물질과 에너지와 파동의 상관성

현대물리학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러한 소립자들이 물질로서의 특성뿐만 아니라 에너지로서의 특성이 있음을 밝혔다. 곧 질량과 에너지는 등가(等價)로서 어떤 질량의 물질이 갖는 에너지는 그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과 같다(E=mc2). 물질도 에너지의 한 형태로서 물질이 에너지가 될 수도 있고, 에너지를 물질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양자역학은 물질로서의 입자가 에너지의 특성뿐만 아니라 파동의 특성도 있음을 발견했다. 파동은 퍼지면서 나아가는 성질이 있다. 이러한 파동은 2개 이상의 파동이 겹쳐지면 파동이 보강되거나 상쇄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간섭(干涉)'이라 한다. 빛의 파동성은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발견됐는데, 광원에서 슬릿을 향해 빛을 비추었더니 스크린에 간섭 무늬가 생겼다. 빛은 파동이기 때문에 최초의 슬릿을 통과한 후 회절을 일으켜서 퍼져 나가다가 이중슬릿을 통과하면서 다시 회절을 일으켜 나아가면서 간섭현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스크린에 보강된 빛이 닿은 곳은 밝게 나타나고, 상쇄된 빛이 닿은 곳은 어둡게 나타남으로써 간섭 무늬가 생긴 것이다. 빛과 마찬가지로 물질입자인 전자를 가지고 이러한 이중슬릿 실험을 했더니 빛과 같은 간섭 무늬가 나타났다. 전자는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인 것이다. 전자 뿐만 아니라 양성자를 비롯한 모든 입자가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 텅 빈 공간에서도 가상입자가 출몰한다.

역동적 진공(眞空)

현대물리학은 분자·원자·소립자 등이 완전히 제거된 '무(無)의 공간'에서도 한순간만 존재할 수 있는 무수한 '가상입자'가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극미세계에 적용되는 에너지와 시간의 '불확정성 원리(ΔE×Δt≧h)'로 설명될 수 있다. 빈 공간은 정태적 상태가 아니라 가상입자 혹은 에너지가 출몰하는 역동적 공간인 것이다.

존재구조에 대한 관점 비교

먼저 일원상진리의 존재구조와 현대물리학에서 본 존재구조의 같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존재의 본질을 견고한 기본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지 않는 관점이 같다. 존재의 본원과 현상을 함께 표현한 영·기·질론에서는 물질을 기(氣) 덩어리로 파악하며, 이 기를 영(靈)과 둘이 아닌 존재로 본다. 또 현대물리학에서는 물질을 에너지와 둘이 아니며, 파동과 둘이 아닌 존재로 파악한다.

둘째 텅 빈 공간을 아무것도 없는 완공(完空)으로 보지 않는 관점이 같다. 영·기·질론으로 볼 때 일원상 진리로서 우주만유의 본원은 영명일기 곧 신령스럽게 밝은 한 기운의 바다이다. 또 현대물리학에서는 빈 공간을 가상입자 곧 에너지가 출몰하는 에너지의 바다로 파악한다.

다음으로 일원상 진리의 존재구조와 현대물리학에서 본 존재구조의 다른 점은 존재의 본질에 있어서 영(靈) 혹은 의식에 대한 관점이다. 전자에서는 우주만유의 본원이 우리의 본성과 둘이 아니나, 후자에서는 이를 탐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위의 논의를 통해 볼 때 직관적 깨달음을 통해 밝혀진 일원상 진리관은 그 존재구조에 대한 관점을 객관화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는 현대물리학의 진리관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현대물리학의 진리관은 그 존재구조의 파악에 있어 '의식'을 탐구 대상으로 삼지 않는 한계가 있는바, 일원상 진리관을 통해 의식탐구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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