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정홍만 교도 / 서성로교당
대정진기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훌쩍 지나가버린 10년 기도는 나에게는 감동 그 자체였다. 원기91년 4월27일, 원불교100년 성업 대정진기도가 시작될 때 나는 대구경북교구 청운회장을 수행하고 있었다. 기도를 하면서 10년 후 내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바람을 안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기도를 마친 현재 나를 바라보니, 유행가 가사처럼 '참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당시 큰딸아이는 청년회장으로 4개 재가단체장들이 불단에 올라, 기도를 주례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하고 고마웠던 순간이다. 스승님은 '기도는 지극한 정성과 지극한 원을 세워야 한다'는 말씀처럼 그 법문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청운회장으로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100일마다 진행되는 기도 회향식에 동참하며 기도 정진에 서원을 세웠었다. 하지만 36회의 회향식 중 20회 정도만 동참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강원교구 홍천교당에서 열린 200일 회향식은 불단에 장미꽃 200송이, 강원도 옥수수 200개, 빼빼로 200통을 준비해줘 기억에 많이 남는다. 홍천교당 교무님의 정성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대정진 기도의 위력을 가장 많이 입은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원기92년 10월에는 큰딸이, 그 해 12월에는 막내딸이, 원기93년 3월에는 둘째 아들이 결혼을 했다. 5개월 만에 삼남매를 결혼시키니 이 얼마나 법신불 사은님의 크신 은혜인가. 이 덕분인지 감사 기도가 절로 나왔다. 더불어 손주 여섯 명을 얻었으니 홍복 중의 홍복이다.

기도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자녀들을 교법에 맞게 키웠고, 늘 배우는 자세로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왔다. 사람들은 재주가 참 좋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200일이 넘어서자, 아내인 홍영인 교도가 독설인지 격려인지 "청운회장을 그만두라고 했더니 고래 열심히 할끼가"라고 말한다. 그 한마디가 오히려 자극이 돼 책임감이나 형식적인 기도가 아니라 지극한 정성과 원으로 기도하게 됐다. 심고문에 "상극의 인연을 상생의 인연으로 돌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소서. 부족함이 많은 정홍만이가 내생에 원불교 전무출신 할 수 있도록 대종사님 성령이시여! 기운 내려주소서, 원불교 열린 날이 국가공휴일로 법 제정이 되도록 염원드립니다. 숙원 사업인 서성로교당 주차장 건설이 이뤄져서 젊은 교도 교화에 보탬이 되게 하소서. 가족과 저를 아는 모든 인연들이 건강하고 가정은 화목하게 하고, 늘 안전 운행하고 모두가 진급해 일의 성공이 있게 해달라"고 10년을 한결같이 기도했다.

원기96년 5월14일~8월21일 법인절 백일기도를 시작해 6년째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은 기도를 마음에 들도록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원기101년에도 100일 기도를 거르지 않고 했다. 이제는 스스로 생각해도 기도의 의미가 달라졌다. 누가 도(道)의 맛을 아느냐고 묻는데, 매일 마시는 커피 맛도 잘 모르는데 감히 도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문득 무척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낄 때는 마음속으로 이대로 영원했으면 하는 것이 도의 향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근수 전 원불교청운회장이 보내준 기도문을 받아서 5000일 기도를 계속하고 있는데 아래층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목탁소리를 싫어하는 것 같다. 항의가 들어왔다. 그래도 기도는 계속해야 하는데, 인천에 사는 아들이 교당은 나가지 않으면서도 "목탁을 조용조용 치면 된다"고 훈수를 놓는다. 기특하기도 하면서도 아버지가 기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어 한편으로는 언젠가 교당에 나가겠지 하고 생각했다.

나는 늘 마음속에 부족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아들이 교당에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원가족이 된다. 이런 바람으로 오늘도 일심 정성으로 불공을 올리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는 재가출가 교도들의 정성이 만들어낸 환희의 장이었다. 이제 그 감격과 함성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원불교 2세기를 향해 도약할 때다.

원기108년은 교단 제3대 제3회를 마감하게 된다. 교단 제3대를 잘 마감하기 위해서는 자신성업봉찬, 교화대불공으로 이소성대와 성불제중의 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성을 모아야 한다. 재가출가 교도 모두가 원불교 2세기의 주인공으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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