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교도 / 여의도교당
사회악이란 사회가 지닌 모순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악을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 분야에 걸쳐 사회악이 만연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만연하고 있는 사회악은 어떤 것들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4대 사회악을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그리고 부정불량식품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할 당연한 문제들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없어져야할 사회악들은 아무래도 극한투쟁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인들의 행태요,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이 한통속이 되어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경유착일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등에 업고 저지르는 모든 행태들, 예를 들어 요즘 회자되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같은 권력형 비리, 그리고 우병우, 김재수 같은 도덕불감증 등이 시급히 척결해야할 사회악이 아닐까? 그런데 그 옛날 인도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사회악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인도의 성자 간디가 지적한 일곱 가지 사회악이 꼭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한 번 알아본다.

첫째, 원칙과 원리가 없는 정치다. 흔히 '정치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살아있는 생명공동체를 정의롭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로 가꾸어가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살아 생동하는 현실세계에 봉사하기 위해서 항상 유연성과 탄력성을 가지고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 말처럼 곡해되어 오용되고 남용되는 말도 드물다.

정치는 현실이니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힘의 정치, 권모술수를 밥 먹듯이 하는 정치를 해도 용납돼야 한다는 면죄부 같은 언어로 변질되어 있다. 철새정치인,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저지르는 극한적인 단식투쟁, 이합집산 등 참으로 한심하다. 정치적 타협과 정치적 야합이 혼동되고, 원칙과 원리가 없는 정치, 오직 권력쟁취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오늘의 정치현실은 정치가 아니라 '사회적 죄악'이다.

둘째, 노동 없는 부다. 정당하게 땀 흘려서 일한 결과로 얻는 부가 가치가 있다. 옳지 않은 방법으로 편하게 부를 축적하려는 것은 신성한 노동을 비하하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쌓으려는 황금만능 사상은 사회악이다. 땀 흘려 일한 보람을 느끼며 사는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양심 없는 쾌락이다. 쾌락의 극치를 맛보려는 일부계층이 도를 넘어서 마약을 복용하는 망국풍조가 늘어간다. 양심 없는 쾌락은 우리 국민의 심신을 망가뜨린 후에 결국 폐인으로 만든다. 양심 없는 쾌락은 양심과 윤리도덕도 저버리고 부끄러움을 모른다. 건전한 삶에서 행복을 가꾸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인성 없는 교육이다. 교육이 지식위주로 흘러가며 인성교육을 저버리고 있다. 교양 있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인격을 갖추는 교육을 해야 한다. 오직 시험 성적을 올리는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감정이 메말라가고 인간성을 잃어가는 교육은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인성교육이야말로 사회악 근절의 으뜸일 것이다.

다섯째, 도덕 없는 상업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이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양심을 속이는 교묘한 상술로 이익만 추구하려는 얄팍한 상술이 만연하고 있다. 요즘 떠들썩한 '가습기 살균제와 치약' 사건과 같은 것이다. 장사에도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여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이다. 인류가 과학의 발달로 편리한 문명 속에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과학문명의 발달도 좋지만 인간성을 잃어가고 기계에 인간이 예속되어 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인명을 살상하는 핵무기가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교통수단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죽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 폰 등이 가족의 정이나 화목까지 파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질개벽이 이만큼 되었으면 그에 상응한 정신개벽도 필요한 것이다.

일곱째, 희생 없는 종교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종교를 잘못 만나서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종교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정신을 수양하며 따뜻한 인간의 정을 느끼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일부 종교인들이 광신적인 신앙에 빠져든다던지 자기희생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를 빙자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며 남의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도 있어 사회의 악이 되고 있다.

어떠한가? 간디는 이러한 사회악은 나라가 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라고 지적했다. 경제발전도, 튼튼한 국방도, 국민의 행복도 인간성을 좀먹는 사회악이 사라질 때 가능할 것이다. 그밖에도 우리 사회 지도층의 다수가 불로소득으로 부를 누리고 있으며, 도처에서 계층을 가리지 않고 성범죄와 같은 양심 없는 쾌락이 만연하고 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교육이 출세 지상주의에 매몰되면서 '인격'을 상실해온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디를 방황하고 있는 것인가? 정말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더 이상 미루거나 물러설 시간과 여지가 없다. 또 기회를 잃으면 우리나라는 영영 삼류국가로 전락하기 쉽다. 아니면 최근의 심상치 않은 국제정세 속에 언제 존립을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

망국의 원인은 외세의 침탈 이전에 항상 내부의 부패와 도덕적 타락에 있었음을 우리는 되돌아 봐야 한다. 이런 사회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도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 도덕을 바로 세우는 일이 바로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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