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바람 불던 날 살짝 가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그루 서성서성
뒤에 있는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가을'-강은교(1945- 시인)

강은교는 함경남도 흥원에서 출생, 연세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동아대에서 강의하면서 현실적인 시각으로 시대와 역사의 문제를 탐구하는 시 창작을 하였다. 시집으로 '허무집','풀잎' 등이 있다.

위 시는 슬픔, 기쁨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가여움을 반성한 작품이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매다 집에 돌아오니 파랑새가 자기 집에 있었다고 한 벨기에의 극작가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처럼 시인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러나 강은교는 '사랑법'에서 마지막엔 침묵하라고 한다.

떠나고 싶은 자 / 떠나게 하고 / 잠들고 싶은 자 / 잠들게 하고 /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 침묵할 것 // 또는 꽃에 대하여 / 또는 하늘에 대하여 / 또는 무덤에 대하여 / 서둘지 말 것 / 침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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