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원경 기자
방문을 열고 방청소를 할 때의 일이다. 어느 여대생 하나가 고개를 내밀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란 그 여대생은 바로 친구에게 달음질하더니 "얘! 저기 사람 살아!"라며 무척 당황해했다. 그 여대생만큼이나 그 상황에 놀란 나도 당황스러웠다. 남의 방에 고개 내밀고 사람 놀래키다니…. 밖에 나와 가만히 바라보니 그 여학생이 그럴 만도 했다. 내 숙소는 남자정화단원(정남)들이 사는 정화정사다. 이 건물은 기와를 얹고 문앞으로 마루를 낸 형태로 조금 오래된 건물이다. 여기에 사람이 산다는 게 아파트에서 자란 세대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른 교무에게 말하며 "우리도 불교처럼 '이곳은 수도도량이니 출입을 삼가해 주세요'라고 안내판을 세워놓으면 안되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익산성지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는 관광지 역할을 하게 됐고, 때문에 오가는 것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얘기를 해줬다.

익산성지가 세계적인 성지가 되려면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 성지가 성지로서의 자리를 찾으려면 성지의 품격에 맞는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로마 바티칸 성당은 반바지 차림으로는 입장할 수 없고, 메카의 대 모스크 이슬람 사원은 짧은 옷은 물론 여자의 경우 긴머리를 가려야 하며 모두가 발을 씻고 들어가도록 돼 있다. 종교의 성지란 곳은 마음가짐을 정갈하게 하도록 요구하며 성스럽게 존중받고 있다.

가끔 20대 젊은 청년들이 자전거를 탄 채 영모전 앞을 지날 때면 그렇게 눈에 거슬릴 수 없다. 그러면서 '예전엔 안 그랬는데… 내가 시대를 읽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된 것인가?'하며 고민한 적도 있고, 행사 참석차 반백년기념관에 들어오는 영산선학대 학생들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료 하나씩 들고 들어올 때 '법당에 대한 예절을 지키라'며 꾸짖기도 했다. 익산성지를 방문하는 외부인들은 단순한 관광지처럼 느낄지 몰라도 우리에게 성지인 만큼 우리가 성지를 성지답게 존중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익산성지는 소태산 대종사가 불법연구회 창립총회를 열고 19년간 교법을 편 전법성지다. 원불교의 역사가 담겨 있는 성지인 것이다.

요즘 사드배치라는 사건을 통해 성지의 소중함이 다시 느껴진다. 모든 이들에게 우리 성지를 존중하는 의식부터 심어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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